가상화폐 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가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기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뱅크먼 프리드는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행사에 출연해 이처럼 말하며 개인적으로 형사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바하마에서 화상을 통해 행사에 참여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기 위해 100억 달러 상당의 FTX 고객 자금을 몰래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알라메다리서치의 자금과 고객 자금이 뒤섞인 것은 본인이 고의로 저지른 일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거래소, 특히 알라메다의 포지션 위험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며 “(가상화폐) 시장 붕괴 규모와 속도가 어떨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뱅크먼 프리드가 인터뷰 내내 초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어색하게 활짝 웃거나 반복적으로 발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그는 변호사가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충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부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방에 앉아 있는 것이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FTX 파산은 FTX가 고객 돈을 유용해 계열사 알라메다를 지원한 의혹이 불거지며 촉발됐다. 두려움을 느낀 FTX 고객들이 자금을 한 번에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했고, FTX 고객 계좌에서 8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누락된 점이 드러났다. 미국과 바하마 양국의 사법 당국과 금융 당국은 FTX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뱅크먼 프리드는 형사 책임에 대해 걱정하냐는 질문에 “내가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힘든 한 달을 보냈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FTX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 존 J. 레이 3세는 최근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FTX와 관련해 “기업 통제가 이렇게 완전히 실패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레이는 해당 서류에서 “기업에 적합한 유형의 지급 통제 기능이 없었다”면서 회사 자금이 직원과 임원 등을 위한 주택 및 개인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FTX와 뱅크먼 프리드의 부모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3억 달러 상당의 바하마 부동산과 관련해서 뱅크먼 프리드는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장기 보유를 위해 구매한 것은 아니다”며 “그들(부모님)은 작년에 회사에서 일하면서 그곳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답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민주당에 선거 자금을 댄 것과 관련해서는 “내 기부금은 대부분 전염병 예방을 위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들어올 것이냐는 질문에는 거래소 붕괴에 대한 수많은 청문회 중 하나에서 증거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돈을 돌려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미국 플랫폼의 경우 충분히 상환할 수 있고, 자금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산은 은행 계좌에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와 신용카드 한 장이 전부라면서 “여기(바하마)에 어떤 자금도 숨겨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FTX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미국 투자자들은 FTX가 폰지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