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새해가 되면 밝고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건강과 행복의 추구가 최우선인데,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난관에 봉착하리라는 두려움이 앞서고 있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수십만년 동안 30대 정도였다가, 18세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19세기 말에는 평균수명 50살이 되었고 20세기 말에는 30살이 더 늘어난 평균수명 80대에 이르는 수명연장의 기적을 이루었다. 21세기 말에는 인간의 수명이 어느 정도까지 연장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금까지는 생명 현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능을 보조하거나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러왔으나, 앞으로는 생명 현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 다다르면서 수명 연장의 한계를 부정할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저명 시사잡지인 타임지는 21세기 말에는 평균수명이 20세기 말보다 60살이나 늘어난 140살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기사를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인정되어 왔던 인간의 최대수명 120살 한계를 미래사회가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장수는 인류의 가장 큰 소망이었으며 이를 위한 간절한 노력들이 수천년 이어져 왔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수명 연장에 따른 백세장수시대의 도래가 분명해지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부상하고 있다. 노화의 퇴행적 측면이 강조된 개념으로는 수명 연장에 대한 가치 부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오래 살더라도 인간의 가치를 보존하여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요구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대비하여 학계에서는 일반인들에게 바람직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노인이 되면 신체 기능과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는 현상이 보편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여 WHO는 건강 유지를 강조하는 건강 노화(Healthy Aging)를 제창하였고, 로와 칸(Rowe JW & Kahn RL)으로 대표되는 학자들은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라는 개념 하에 신체적·인지적·생산적 지위를 유지하고 사회 관계를 온전하게 존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활동성과 생산성을 강조하는 생산적 노화(Productive Aging)가 주창되면서 은퇴한 고령층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이들에 국한하여, 결과로서의 노화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늙어가고 있는 계층에게는 심정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노화에 대한 대비를 과거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실천적 과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지닌 메시지가 필요하다.
하버드대학의 조지 베일란트(George Vaillant) 교수는 ‘잘 늙기(Aging Well)’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경제 대공황을 이겨내고 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전후 미국의 부흥을 일으킨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를 종적으로 50년 이상 추적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특히 1930년대 태어나 80대에 이른 하버드대 졸업생들의 노후 삶의 질을 평가하여 그 요인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노인이 되어서 삶의 질이 양호하고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여섯 가지 요인을 도출하고 한 가지 플러스 요인을 추가하였다. 무엇보다도 양호한 부부 관계를 주목하였다. 온전한 가정생활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강조하였다. 행복한 노년의 첫째 조건이 바로 건전한 부부생활이었다. 다음으로 개인의 사회적 적응력을 지적하였다. 부모의 재산이나 지적 능력의 우수함보다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사회적 대응력이 중요함을 부각시켰다. 이어서 개인의 일상생활 습관의 중요함을 차례로 강조하였다. 금연, 절주, 규칙적 운동, 적절한 체중 유지와 같이 일상에서 각자가 지켜야 하는 생활 습관이 당사자를 건강하게 나이 들도록 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플러스 요인으로 교육 연한의 효과를 지목하였다. 비슷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 살았더라도 교육 연한의 차이가 삶의 질에 결국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더욱이 노후의 건강과 행복에 유전적인 가계의 영향은 중요하지 않았으며, 부모의 재산규모와 같은 사회적 영향도 크지 않았음을 밝혔다. 노후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부단한 노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사람이 잘 늙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며 그 노력은 지금도 쉼 없이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잘 늙기(Aging Well)는 과거의 누적된 결과를 중시하기 보다는 현재의 실천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높다.
본인은 이러한 개념을 발전시켜 웰에이징(Well Aging)이라고 명사화하여 기존에 이미 정립되어 있는 웰빙과 웰다잉을 연계하여 웰빙의 삶이 웰에이징을 거쳐 웰다잉에 이른다고 체계화하였다. 따라서 웰에이징의 정의는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한 노력(Live Long and Live Well)”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마다 건강에 적절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독립적 태도(Independence)가 중요하며, 행복하게 잘살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견실하게 유지하고 상호 배려의 공동체적 삶(Interdependence)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웰에이징>(2009, 박상철, 생각의 나무)이라는 책을 저술하고 기업과 대학에는 웰에이징연구센터를 각각 설립하여 일반인은 물론 산·학·연도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웰에이징을 설정하기를 제안하였다. 앞으로 다가오는 백세장수시대의 도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다. 장수사회가 되면서 연령 개념이 무너지게 되는 상황에서 과거지향이 아니라 현재진행으로 나이듦을 바라보면서 이를 보다 긍정적으로 대응하여 보다 밝은 미래장수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건강을 잘 지키고(自彊) 내가 할 일을 끝까지 내가 직접 하는(自立) 독립적인 삶을 누리면서 이웃과는 더불어 함께 사는(共生)의 삶을 누려야 한다. 이와 같이 부단하게 진행하는 실천적인 노화가 바로 웰에이징이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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