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우려에 크게 감소했던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거래 비중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 최근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다 정부에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대책 등을 내놓으며 세입자들이 다시 전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지역 빌라 임대차 거래 가운데 전세 거래 비중은 59.8%(6722건 중 4023건)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거래 비중이 각각 50.2%(8735건 중 4551건), 51.8%(7709건 중 3992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많게는 9%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앞서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60% 안팎을 유지하다 11월 58.4%에서 12월 50.2%로 내려앉으며 8.2%포인트 급락했다. '빌라왕 사태'와 높은 전세가율로 인한 깡통전세 사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빌라 전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던 시기다.
금천구 공인중개업자는 “빌라왕 사태가 보도된 이후 빌라 전세를 찾는 수요가 갑자기 급감했고 자연스레 계약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시간이 지나며 다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천구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1월 72.5%에서 12월 54.7%, 1월 53.3%를 기록하다가 2월 들어 68.3%까지 다시 늘었다.
월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도 전세로 수요가 몰리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3)는 “전세사기 우려 때문에 빌라 월세를 찾았는데 월세로만 100만원가량 들어가게 돼 주거비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모아둔 돈과 대출 약간, 부모님께 빌린 돈까지 끌어모아 전세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전세가격지수 자료에 따르면 서울 빌라 전세가격은 지난 1월 0.71%, 12월 1.15%, 11월 0.66% 떨어지는 등 급락하고 있다. 반면 월세는 2020년 4월 보합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지난해 12월 0.05%, 1월 0.12% 등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정부와 사회 전반적인 노력도 세입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안심전세앱 등을 출시한 정부는 최근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 또한 공개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도시기금법’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등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명단공개 대상은 최근 3년 이내 2회 이상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 중 구상채무가 2억원 이상일 때 등이며 성명·나이·주소·보증금 미반환 금액 등이 공개된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박모씨(31)는 “최근 정부 등에서 전세사기를 잡기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어 조금 안심하고 있다”며 “언론 등을 통해 거래 시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아보고 최근 새롭게 전세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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