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응급의료 이송체계를 고도화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자리가 남는’ 응급실로 환자를 보내는 현행 체계로는 중증 응급환자를 살리기 어렵다. 환자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있는’ 응급실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9일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증 응급환자 이송·전원에 불필요하게 시간을 소모하지 않도록 응급의료 이송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현재 응급 환자 중 절반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질환별 적정 시간은 심근경색이 발병한 후 2시간 이내, 출혈성·허혈성 뇌졸중이 발병한 후 3시간 이내, 중증 외상이 발병한 후 1시간 이내 등이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중증 응급환자 145만명 가운데 49.1%인 71만명이 적정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했다.
보건당국은 ‘응급의료기본계획’을 통해 응급의료 이송체계 강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발표된 제4차 기본계획은 ‘닥터헬기’를 현재 8대에서 2027년까지 12대로 확충하고 중증환자 전담 구급차 ‘Mobile ICU’를 도입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민간 구급차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응급환자 이송업체 인증제’도 제시했다.
문제는 환자와 의료기관의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행 체계는 119구급대원이 인근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나 당직 전공의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구급차는 단순히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남은 응급실로 향하게 된다. 도달한 응급실에 환자의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으면 다른 응급실로 전원해야 한다. 환자가 도달한 첫 번째 응급실에서 재차 이송되지 않고 필요한 처치를 받을 확률은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4층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다발성 외상 환자가 구급차에서 사망했다. 환자는 오후 2시 30분경부터 4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북구, 동구, 달서구 등 응급실을 전전했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신경과 교수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던 환자가 전원 과정에서 치료가 지연되면서 상태가 악화하는 일이 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관제센터’를 설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119구급대원이 전문 의료진과 직접 소통하도록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구급차에 뇌졸중 환자가 탔다면 해당 시점에 인근 응급실에 근무 중인 의사가 아니라 신경과 의사와 직접 통화해 이송 적정성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가 10년 사이 20곳에서 40곳으로 증가했지만 중증 응급환자 대응 역량은 제자리”라며 “119와 전문 진료과 간 직접 연계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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