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유한양행 등 제약사 32곳 '백신 담합'…과징금 409억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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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3-07-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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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백신구매 입찰담합 제재 결정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1개 백신제조사와 6개 백신총판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총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이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해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1개 백신제조사와 6개 백신총판,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총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이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해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예방접종 백신 구매 입찰에서 광동제약, 녹십자 등 32개 사업자들이 합의해 사전에 낙찰사업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백신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백신총판,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32개 사업자가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3억5100만원 △녹십자 20억35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 1억8500만원 △SK디스커버리 4억8200만원 △유한양행 3억2300만원 △한국백신판매 71억9500만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질병관리청, 국방부 등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24개의 NIP 백신 품목에 관한 170개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를 합의하고 실행했다.

백신 입찰 시장 내 담합 관행이 고착화·만연화한 탓에 전화 한 통만으로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들러리 사는 입찰 가격을 사전에 일러주지 않아도 알아서 적당히 높은 가격을 써내 역할을 수행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들은 유찰되거나 제3의 업체가 낙찰된 23건을 제외하고 147건을 계획대로 낙찰받았다. 이 중 117건(80%)은 낙찰률(기초금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이 100% 이상이었다.

이는 통상적으로 최저가 입찰에서 낙착률이 100% 미만인 것에 견줘볼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공정위는 밝혔다. 입찰 담합을 통해 더 비싼 값에 정부에 백신을 팔았다는 의미다.

담합이 이뤄진 170건 입찰의 관련 매출액은 7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입찰 담합으로 인해 제약사·도매상 등이 벌어들인 부당 이득은 산정하기 어렵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 등 3개사는 2011년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제재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재차 이 사건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백신입찰 시장에 만연된 입찰담합 실태를 확인하고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함으로써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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