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내 38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 14명이나 교체했지만,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김상현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유임됐다. 전면적인 인적 쇄신보다는 현 경영진의 안정 속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6일 롯데지주 포함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각사별로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임원인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신 전무의 이동이다. 신 전무는 상무에서 승진하면서 롯데케미칼에서 롯데 지주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에서 신설되는 신사업 발굴 사업단인 미래성장실을 이끌며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에 나선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하며, 롯데그룹 미래성장의 핵심인 바이오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롯데그룹의 신사업 부문에는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롯데정보통신 등이 있다. 롯데지주는 올해 이른바 ‘신유열TF(태스크포스)’로 불리는 ‘미래성장TF’를 신설한 바 있다.
롯데그룹의 화학사업을 5년간 진두지휘했던 김교현 부회장이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에서 용퇴하고, 후임으로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이훈기 사장이 부임한다.
식품군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식품군의 포트폴리오 개선, 글로벌 사업 확대,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총괄 지휘하며 안정적인 흑자 수익구조를 만들어 낸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의 핵심 롯데쇼핑을 이끄는 김상현 부회장은 연임됐다. 그는 2021년 말 롯데그룹이 순혈주의를 깨고 영입한 대표적인 ‘비(非)롯데맨’이다. 롯데쇼핑 대표 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도 연임됐다. 삼성그룹 공채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30년 넘게 일했던 그는 이번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11월부터 3년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이끌어 온 강성현 대표도 연임됐다. 1998년 한국까르푸에서 시작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09년 롯데그룹에 합류한 강 대표는 적자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롯데그룹은 글로벌 사업 확장을 고려해 국내외 사업경험 및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CEO들을 영입했다. 신임 롯데물산 대표이사 장재훈 부사장은 23년 동안 국내외 부동산 업계에 근무하면서 폭넓은 글로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e커머스 대표 박익진 부사장은 맥킨지앤컴퍼니, ING생명,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롯데AMC 김소연 대표를 신규 등용하는 등 여성 리더십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성 대표이사는 기존 신민욱 롯데GFR 전무, 김혜주 롯데멤버스 전무를 포함해 총 3명이 된다. 이는 2018년 첫 여성 CEO를 발탁한 이후 최대 규모다.
여성 임원의 규모도 확대된다. 전무 이상 고위임원 중 여성의 비중은 지난해 7.4%에서 올해 9.8%로 증가했다. 5명의 여성 임원(상무보)을 상무로 승진시켜 조직 전면에 배치했다. 신규 여성 임원은 백화점 김지수 상무보, 홈쇼핑 조윤주 상무보, 호텔 김현령 상무보, 정보통신 오혜영 상무보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4명이 배출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여성 임원은 지난해 47명(7%)에서 올해 54명(8%)으로 7명이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롯데그룹은 여성임원 비율을 지속적으로 올리기 위해 여성인재 발굴 및 임원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