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역할을 확대한다. 브리지론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 구제와 미분양 해소는 물론이고, 장기임대주택 육성에도 리츠를 활용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미분양 주택이 전국에 7만가구 이상 쌓여가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지며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7일 국토교통부는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과 미분양 주택 확대 등으로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브리지론 상환에 곤란을 겪는 경매 위기 사업장 토지를 공공지원민간임대 리츠가 인수한다. 주택도시기금과 기존 지분 투자자가 공동으로 리츠를 설립해 브리지론을 상환하고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더 많은 시공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최근 건설경기 부진에 따라 건설 실적이 부족할 것을 감안해 3년간 300가구 실적을 요구했던 것을 5년간 300가구 기준으로 완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장이 경·공매로 넘어가면 매입 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팔아야 해 손해가 있지만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로 넘어가면 미분양 리스크는 줄어들고, 추후 시장이 회복되면 매매대금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사전조사에서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를 신청한 곳 가운데 사업성이 뛰어난 부지도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도입을 결정한 CR리츠(기업구조조정리츠) 활성화 방안도 마련했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운영하는 CR리츠의 사업성 확보를 위해 취득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배제와 같은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또 기존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대출 시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모기지 보증 활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채무자가 모기지 대출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보증기관이 모기지 대출 상환을 보증하는 것으로, 담보력이 약한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때 신용보강 효과가 있다. 국토부는 모기지 보증을 활용하면 조달 금리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 1997가구로 1년 만에 다시 7만가구를 넘어섰다. 전월 대비 10.8%(7033가구)나 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건설사가 신고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을 포함해 10만가구가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츠를 활용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극적인 효과를 거두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PF 전환이 어려운 사업장은 경·공매 처분으로 넘어가는 것보다는 공공지원민간임대 리츠를 통해 사업장을 재구조화하는 것이 임대차 시장 안정은 물론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CR리츠도 세제 혜택이 지원되는 만큼 미분양 해소와 사업 리스크 축소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CR리츠가 얼마나 주택을 매입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현재 5000가구 정도가 가능한데 미분양 주택은 7만가구에 달하는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CR리츠 대책은 부동산 경기 회복 시 매각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는데 결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제도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라며 "공공지원민감임대리츠도 요건이나 범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PF 위기 극복이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는 "미분양 문제는 정부와 공공이 나서서 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이 가장 좋다"며 "5년 양도세 면제 등 세제 지원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미분양이 해소되는 지원들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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