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며 북·러 밀착을 과시한 가운데 중국이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북러 양국 정상회담은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조용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북·중·러 삼각 연대와는 거리를 뒀다.
20일 중국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전날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킨 사실만을 보도했을 뿐 별도로 논평 등은 내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 “조·러(북·러)는 우호적 이웃으로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가 있고, 관련 고위급 왕래는 두 주권 국가의 양자 일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외신들은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를 내심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영국 BBC는 “북·러 관계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보여주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면서 지난달 방중했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들르지 않고 귀국했던 점을 언급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곧장 평양으로 가면 북·중·러 동맹 강화로 비치는 것을 우려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 평양을 방문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북·중·러 삼각 연대 부각으로 이어져 서방을 자극할 수 있는 점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러시아 방위 산업에 사용되는 물자를 계속 이전하면 더 많은 제재를 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은 서방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는 속에서 러시아 리스크까지 짊어지게 될 경우 중국의 경기 회복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국제 사회에서도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대열'에 균열을 내기 위해 유럽 국가들을 포섭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등을 방문하고, 이들 유럽 3개국과 우의를 다졌다. 그러나 북·중·러 삼각 동맹 강화는 유럽 국가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더구나 전기차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당장 이날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의 방중도 앞둬,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국제적 왕따'로 통하는 북한, 러시아와 동일시되는 것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국제적 왕따인 북한, 러시아와 중국의 처지는 다르다면서 중국은 지난해 한·미·일 3개국의 최대 무역 상대였다고 설명했다. 경제 둔화 속 외자 및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절실한데, 북·러와 함께 국제적 왕따로 묶이게 되면 자유 진영 국가들과의 경제·민간 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BBC는 “중국은 성장 둔화를 극복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과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면서 “시 주석은 버림받은 사람 취급을 받거나 서구의 새로운 압력에 직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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