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쓸데있는 금융백과] 다가오는 금융 빅블러···BaaS 시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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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4-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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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금융사, BaaS 통해 금융서비스 제공 가능···혁신 모델 기대

  • BaaS 시장, 2028년까지 148억달러 성장···연간 15%씩 '껑충'

  • 고객 충성도 핀테크 향할 가능성···은행권 "신중히 접근해야"

사진 챗GPT
[사진=챗GPT]

과거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는 당시 인터넷 발달과 함께 전통 은행들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예측이면서, 업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찾아온다는 혜안이 담긴 말입니다.

실제 우리가 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은행 창구를 찾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각종 서류가 필요했던 대출 업무까지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업권 간 경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금융-비금융 간 장벽까지 사라지고 있는 만큼, 사람들은 이제 서비스형 뱅킹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비스형 뱅킹은 비금융회사가 일정 수수료를 지불해 금융회사가 구축한 맞춤형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제공받아 기존 금융사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API는 특정 프로그램의 기능, 데이터를 다른 프로그램이 접근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해 놓은 규칙입니다. 금융 서비스는 이런 규칙을 통해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간 상황에 맞춰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A사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A사는 고객들에게 결제·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금융 라이선스도 없고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만한 인력과 자본도 없습니다. 하지만 A사는 B은행에서 제공하는 API를 통해 복잡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결제·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BaaS 플랫폼을 통해 비금융회사들도 금융 인프라 없이 자체 브랜드 또는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카드사들은 유통업 주요 기업들과 제휴를 맺어 BaaS를 이용해 제휴 기업이 고객 맞춤 카드를 설계, 유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1번가와 신한카드, 배달의민족과 현대카드, 롯데월드와 삼성카드 등의 연계가 대표적입니다.

비금융회사들은 금융 라이선스가 없어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과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더욱 간편하게 제공받을 수 있고, 더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열리게 됩니다. 금융사 역시 대규모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회사를 통해 새로운 고객 접점 채널을 확보할 수 있고, 서비스의 이용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BaaS는 많은 산업 분야 내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더욱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글로벌 BaaS 시장을 75억 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5%씩 성장해 14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전망에 따르면 BaaS 시장은 매해 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면서 내후년엔 260억 달러(약 36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인 베인캐피털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는 보험, 대출, 지급결제와 관련한 BaaS 플랫폼 시장이 빅테크 플랫폼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역시 기술 중심의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형 뱅킹을 혁신 과제로 꼽았고, 320억 달러 규모의 기업 현금관리 사업을 위해 BaaS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내걸었습니다.

국내 금융당국도 은행의 부수업무 규제 완화와 위탁업무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면 BaaS 시장 진출 기회(핀테크 지분투자·합병인수)와 서비스 활용범위(핀테크사·비금융회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BaaS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을 구축하고 규제 대응 비용이 수반되면서 제휴사와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는 상당한 리스크로 존재합니다. 여기에 BaaS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서비스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은행이 아닌, 빅테크·핀테크에 대한 높은 호감도와 충성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고, 종국에는 은행의 영향력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이성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BaaS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은행 본연의 비즈니스를 훼손시킬 위험성이 높고,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빅·핀테크의 손님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며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개발 경쟁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기술 인프라를 보유해 빅·핀테크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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