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노사가 '흥정하듯' 대립만 지속하다 결국엔 공익위원의 표결로 결정하는 현재 방식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최저임금 심의 종료 직후인 지난 7월 최저임금 제도와 운영방식 개선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달에 분야별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논의체를 구성, 최저임금 결정 체계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현장 의견도 살필 예정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근로자·사용자·공익 위원 각 9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는데, 해마다 최저임금 심의를 전후로 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명확한 객관적 근거 없이 노사가 '흥정하듯' 최저임금을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캐스팅보트'인 공익위원의 표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노사 간 합의가 아닌 표결을 통해 결정된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양쪽 모두 각자 주장만 반복하다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심의가 끝난 직후 노사공 모두에게서 결정구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이후 "지금의 결정 시스템으로는 합리적·생산적인 논의가 진전되기에 한계가 있다"며 제도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개선하자는 얘기는 과거에도 나왔다. 2004년과 2015년, 2018년에도 최임위 내부에서 제도 개선 논의를 벌였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에 개편이 이뤄진다면,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회의의 틀과 결정 방식을 아예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논의가 노사 간의 극한 갈등으로만 늘 비춰졌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전문가로 시늉만 내다보니 결국 흐지부지된 예가 많다"면서 "좀 더 다양한 입장을 수렴하고, 그 안에 같이 협의 토론할 수 있는 공론화 할 수 있는 절차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경직되게 운영하다보니 중소기업의 임금이 최저임금으로 굳어지면서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과 시장임금 사이를 상의하는 등 최저임금 수준을 설정하는 방식 자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일단 그 부분이 선행된 후 여러 가지 방식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마치 임금 협상처럼 돼 버린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구체적인 '임금결정 공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교수는 "해외에서는 법률 등 제도화된 결정 방식이 있다. 이를테면 소비자 물가, 경제 성장 등 누구라도 동의할 수 있는 지표를 갖고 공식을 확정한 뒤, 매년 그 숫자를 대입해서 최저임금 인상을 조정해 나간다"면서 "일관성 있는 최저임금 결정 공식을 마련한다면, 노사가 밀당하는 식의 줄다리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모적인 임금 협상처럼 하지 말고, 간단히 경제학적인 논리를 대입해야 한다. 물가 상승률, 생산성 증가율, 두 가지만 고려하면 쉽게 결정이 된다"며 "실질 임금이 변화가 없게 하는 방향으로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제시를 자문하고, 정부는 그에 맞춰서 플러스, 마이너스를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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