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해 의료비가 47조3000억엔(약 437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난해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의료기관에 지불된 의료비가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3일 202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의료비 총액 추계치가 47조3000억엔으로 2022년도에 비해 2.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의료비는 질병 등으로 진료를 받았을 때 환자 혹은 공적 의료보험이 의료기관에 지불한 금액이다. 산재보험이나 전액 본인 부담 사례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닛케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전체를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1947~1949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는 '단카이(團塊) 세대'라 불린다. 이들이 75세를 맞이하면서 해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 의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후기 고령자'로 분류되는 75세 이상의 의료비는 18조8000억엔(약 174조원)으로 4.5% 증가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8%로 나타났다. 후기 고령자는 작년 처음으로 2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일본 인구의 16.1%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1인당 의료비는 평균 96만5000엔(약 891만원)으로 0.9% 증가해 75세 미만 평균의 약 4배에 달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일명 '호네부토' 정책) 논의에서 의료개혁안 관련 논의가 이뤄졌지만 고령자에게 상응하는 부담을 요구하는 안은 제외되는 등 실질적인 대책 수립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예를 들어 각 부처 협의 단계에서 명시된 "의료보험료 부담에 금융소득을 반영하는 방식에 대해 검토한다"는 단락은 호네부토 정책 원안에 아예 빠졌다. 금융소득이 많은 고령자에게는 보험료를 충분히 부담하라는 취지였지만,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집권 자민당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심각한 것은 의료비 증가 속도가 앞으로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추계에 따르면 보험료와 공비로 충당하는 의료급여비는 2040년도에 61조5000억엔(약 568조원)으로 2020년도에 비해 40% 증가할 전망이다. 내각부는 65세 이상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40년대 이후에도 의료 이용이 많은 75세 이상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의료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본 현역 세대의 부담은 점점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현역 세대는 소득에 관계없이 의료비의 30%를 의료기관에 부담하는데, 75세 이상은 원칙적으로 10%만 부담한다. 20~30% 부담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정 이상 소득이 있는 사람만 부담한다. 대부분의 고령자들은 소득이 적기 때문에 현역과 같은 수준으로 부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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