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순수성을 저버리는 '지구당 부활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두일 선임기자
입력 2024-09-19 16:5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국회의원 지구당 부활이 다시금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국회의원 지구당 부활 문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이를 주요 쟁점으로 삼고 있다. 이 발언은 지구당 부활 논의를 본격화시키는 계기가 됐고, 그 이면에는 민주당과 이재명의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구당 부활은 원내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 기성 정치인과 정치 신인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지구당은 과거 현역 의원들이 지역 기반을 다지기 위해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었으며, 선거 때마다 유리한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기성 정치인들이 이미 장악한 조직과 자원을 통해 신진 정치인들이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의 속내는 비교적 명확하다. 지구당 부활이 다시 현실화된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현역 의원들의 조직력과 자원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특히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 기존의 정치적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대표는 본인이 속한 당의 조직력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대표 역시 지구당 부활을 제안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 대표는 기성 정치인이 아닌 정치 신인으로서, 지구당 부활이 정치 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감각이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지구당 부활이 실제로는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구당이 부활된다면, 국민의힘은 특히 경상도 지역에서 더 유리한 정치 지형을 갖게 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과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과 호남 지역의 지지 기반이 탄탄한 민주당은 지구당 부활을 통해 기존의 정치적 세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으며, 국민의힘 역시 경상도를 기반으로 지구당 조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구당 부활 논의는 각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지구당이 부활되면 현역 의원들이 더 많은 자원과 조직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반면, 정치 신인들은 여전히 어려운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지구당을 폐지한 주인공이다. 오 시장은 20여년 전 국회에서 정치자금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당시 지구당이 정치적 부패와 결탁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정치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 조치로 평가받았다. 그래서 당시 기자들은 이 법을 '오세훈법'라고 불렀다.

오 시장의 지구당 폐지 배경에는 기성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당시 국회의원으로 초선에 당선된 오 시장은 기성 정치권과의 거리를 두며 정치적 순수성을 강조했다. 오세훈은 지구당이 선거 자금과 관련된 부정 행위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정치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와 맞물려, 오세훈의 정치적 신뢰도를 크게 높인 결정적인 계기였다.

또한 오 시장은 이 시기에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도 제정해, 오늘날까지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대기질 개선에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법을 오 시장이 최초 제정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법은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고,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수도권의 환경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오 시장의 이러한 입법 활동은 정치적 계산과는 무관한, 순수한 공익 추구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오 시장의 정치적 업적은 오늘날 지구당 부활 논의 속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결탁을 방지하고자 했던 오세훈의 개혁 의지는, 현재 지구당 부활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꼼수와 대비된다.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지구당 부활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이는 과거 오 시장이 보여준 정치적 순수성과는 대조적이다.

 지구당 부활 논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이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 시장이 보여준 정치적 순수성과 개혁 의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야 하며, 정치인들은 이러한 원칙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2024_5대궁궐트레킹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