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본격 개막한 가운데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전쟁과 경기둔화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AI(인공지능) 반도체, 자동차 등은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중국의 저가공세, 물류비 상승 등의 직격탄을 받은 전자, 배터리, 석화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액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호실적은 반도체 업턴(호황)이던 2018년을 뛰어넘은 성적으로,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추정치)인 6조7600억원을 훨씬 웃돌았다.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중심의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도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와 고환율 효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는 이날 올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난 42조9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조205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소폭(6.5%) 줄었지만 이는 북미시장에서 3200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충당금을 반영한 효과다.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HEV),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네시스 등 가격이 비싼 차종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률은 동종 업계 대비 높은 8.3%를 달성했다.
바이오 업계도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위탁개발생산(SDMO) 주문이 몰리며 'K-제약'의 위상을 뽐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5% 늘어난 1조187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 증가한 3386억원이다.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올해 누적매출(1~9월)은 3조2909억원, 영업이익은 99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6%, 30% 증가했다.
반면 전자, 배터리, 석유화학 업계는 혹독한 보릿고개를 보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데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 전쟁 등으로 수요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만 팔던 중동 기업들도 잇달아 석유화학 산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7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분쟁,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등의 여파로 글로벌 해상 운임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끼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3분기 실적도 암울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38.7% 하락한 수치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삼성SDI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7.04% 줄어든 4조3395억원, 영업이익은 72.44% 감소한 1367억원이다. SK온 역시 2021년 출범 이후 11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올 3분기에도 부진이 예상된다. SK온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말 기준 87.7%에서 올 상반기 53%로 하락했다.
화학도 혹한기를 보내긴 마찬가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58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7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도 3분기 영업손실액이 1197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부문 적자와 태양광 사업 부진 여파로 3분기 매출액 3조2689억원, 영업이익 2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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