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하 금통위)이 지난 10월 11일 '금리 동결' 소수 의견을 개진한 배경에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확대 우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은 소수 의견을 밝히며 "수도권 일부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29일 한은이 공개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장 위원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리 인하 반대를 표했다. 장 위원을 제외한 금통위원 5명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으며,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끌어내리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했다.
장 위원은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의 추이를 좀 더 확인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과정을 지켜보며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은 "장기간의 고금리와 인플레로 민간 소비가 침체돼 있으며 그중에서도 누적된 물가상승으로 인한 높은 물가수준이 소비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내려왔어도 안정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 향상 및 민간 소비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위원은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의 통화긴축 효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장 위원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이루어 낸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성과"라면서도 "다만 고금리 기간 동안 가계와 기업 부문이 체질 개선을 위한 디레버리징을 더 이루어 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통상 금통위 의사록에서 위원들의 발언은 익명이지만 소수 의견을 낸 경우엔 금통위원 개인의 의사에 따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실명을 공개한다. 장 위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유일한 소수의견을 개진한 금통위원이기에 자연스럽게 동결을 주장한 배경이 밝혀졌다.
금리 인하 의견을 낸 대다수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의 뚜렷한 안정세와 미약한 내수 회복 속도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한 위원은 "국내경제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위원도 "8월 금통위 이후 내수 회복세가 더디고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금통위 때 우려했던 가계부채와 관련해서 한 위원은 "수도권 주택가격은 최근 상승 모멘텀이 약화됐고 주택담보대출도 그동안의 높은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다만 그간의 과열 양상이 확실하게 진정되고 있는지는 추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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