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은 29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발표했다. 미국의 기본 관세율 10%, 품목 관세율 25% 등 전반적인 관세율이 15% 내외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에 대한 관세 추가 부과도 고려했다.
낙관과 비관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는데 만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재점화하고 미국 상호관세가 유예 기간 후 절반 정도 다시 높아지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0.7%, 1.2%로 각각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미국 관세율이 올해 말까지 상당 폭 인하되면 올해 0.9%, 내년 1.8%로 성장률이 각각 높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추가로 이날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대해 발효 중지 판단을 내림에 따라 실제 상호관세가 무효화되더라도 낙관 시나리오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매우 낙관적인 상황일지라도 올해 우리 성장률이 1%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김웅 부총재보는 "상호관세 무효화 시나리오는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 관세 영향만을 추산한 것이며 중국 등 우회 경로의 영향, 판결 이후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심리적인 부분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추후 전망에 복합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품목별 수출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결과도 내놓았다. 중국·캐나다·멕시코 외 모든 국가에 10% 기본관세가 적용되고 철강·알루미늄, 자동차·부품 품목 관세는 25%로 유지되는 시나리오다.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 관세는 하반기 중 10% 부과 후 변화가 없는 상황으로 설정됐다.
미국 정부 관세 정책에 따른 최대 타격 산업은 자동차로 꼽혔다. GDP 재화수출 기준으로 연 0.6%, 대(對)미국 수출(물량) 기준으로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미 수출 비중(2024년 47%)이 클 뿐 아니라 중국 자동차의 미국 내 비중이 미미해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웅지 국제무역팀 차장은 "4월 초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은 점차 뚜렷해질 것"이라며 "관세 회피 등을 위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더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수출이 더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GDP 재화수출과 대미 수출이 각각 0.3%, 1.4% 뒷걸음칠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도 GDP 재화수출에서 0.2%, 대중국 수출(물량)에서 0.5% 위축될 것으로 우려됐다. 미국이나 중국으로 직접 수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세계 무역 규모 축소 등 간접 경로를 통해서도 타격이 예상되면서다.
임 차장은 "미국 관세로 자동차·철강 등 수출이 단기적으로 감소하고 미국으로 생산 이전에 따른 장기적 영향까지 받을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는 전후방 영세 협력사가 많아 우리나라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충격이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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