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요즘 젊은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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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입력 2024-11-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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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오랜만에 일요일에 전통시장에 나갔다. 명절도 아니고 요즘 일에 치여 잠시 떠나고 싶었던 마음에 무작정 선택한 곳이지만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결국 결정한 곳이 시장통 순대국밥집이었다. 나름 소박한 일탈을 꿈꾸고 있었는데, 시장 한쪽에서 들려오던 큰 소리에 잠시 일상을 벗어나려 했던 마음은 무너졌다.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일탈을 꿈꾼 내가 잘못이었다. 잠깐의 자책 후에 소리 나는 곳에 관심을 가졌다.
 
어떠한 사건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들려온 내용이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는 말이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처음 생각난 일전의 기억에 덧없는 피식 웃음만 났다. 생각났던 기억은 작년 은퇴를 앞둔 교수님을 모시고 갔던 식사 자리에서 본인이 젊었을 때도 들었던 변치 않는 이야기가 ‘요즘 젊은 것들은’이란 내용이었다. 보통 이러한 표현은 기성세대가 신세대와의 갈등을 나타낼 때 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라떼'에 버금가는 용어로 소위 꼰대들의 신세대에 대한 버릇이 없다, 염치가 없다 등 모든 부정적인 언어의 함축된 표현이었다. 왜 이는 변하지 않고 계속될까? 그 이후 한동안 ‘요즘 젊은 것들은’이란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비록 지금과 같은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에도 똑같이 들렸던 말이 ‘요즘 젊은 것들은’이었다는 것은 누군가의 입버릇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젊은 세대에 대한 경멸적 표현보다는 철없이 보이고, 무엇인가 부족해 보이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의 그들만의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부분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젊은 세대는 한결같으니 말이다. 말에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나 후배가 철없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성장과 성숙을 위해 그들에게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인생 선배로서 이해심을 갖고 지켜봐 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왜 선배들만 이해해야 하는가, 후배들이 선배들을 이해하려 하면 안 되는 것인가 하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선배님 말씀도 틀린 것은 아니다. 솔직히 MZ세대를 이해하라는 다양한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MZ세대에게 기성세대를 이해하라는 말은 잘 없으니 이 역시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도 한때 젊었고 당신과 같은 세대일 때가 있었으나 나이가 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누구나 처음인데 서로 이해해 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그래도 생각해 보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어른이 참아야지란 생각이 생각난다면 당신은 이미 기성세대임이 틀림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먼저 태어나 인생 경험을 쌓고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였으며 조금씩 인생 경험을 쌓으며 성숙해졌다. 그러니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우리가 이해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 동감한다.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은 세대차라기보다는 서로가 익숙한 매체와 관심을 갖는 주제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읽었던 MZ세대들의 특징에 지금까지 어느 세대보다 ICT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문화예술을 즐길 줄 알며 최신 유행에 민감한 세대라는 조사 내용이 떠오른다. 본인도 누구보다 먼저 컴퓨터라는 신문물을 접했으며 가수들의 콘서트장을 따라다니고 유행을 좇아 패션잡지를 탐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내 아버지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빠른 속도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경험하며 식구를 먹여살려야 한다는 의식이 좀 더 강했다. 그렇기에 가족보다는 경제적 안정을 주는 회사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기였다.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고, 회사를 집처럼, 동료를 가족처럼 여기던 시대였다. 토요일도 회사와 학교를 가던 예전에는 일주일에 하루 쉬면서 야근, 회식과 접대를 이어가는 삶 속에서 지금과 같은 일과 삶의 분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막상 우리도 그 시절 속에 있다면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생활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감사할 뿐이다. 누구나 처음 사는 인생이라 인생 선배들 눈에 철없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완벽히 기성세대의 마음에 들 수는 없다. 그러니 인생 선배들은 올바른 역할로 이해심을 갖고 지켜봐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요즘 젊은 것들 역시 용기 내어 자기 주장을 펼쳤으면 좋겠다. 우리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은 내가 보는 세상과 남이 보는 세상이 같다고 믿는다 한다. 그래서 머리만 숨기고 다 숨었다 생각하는 조류처럼 숨바꼭질을 할 때 본인이 술래를 보지 못하면 술래도 자신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만 4세만 지나면 달라진다. 내가 보는 세상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보는 세상이 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은 서로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로의 포지션에서만 생각하면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율적인 해결이지만, 과거 갈등 해결에 제일 좋은 것은 상대의 입을 다물게 해버리는 힘에 의한 제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수용되기 어렵다. 법적 소송이 공정한 해결 방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간의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승자도 패자도 없을 수 있다. 오히려 특정 결정이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갈등의 해결 과정에서 사회적 기준과 다수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사안은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해결해야 하고, 어떤 문제는 이해관계자가 아닌 국민 일반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정보 제공이나 심도 있는 논의, 즉 숙의 과정이 중요할 때도 있다. 또한 의사 결정 방식의 선택도 갈등 해결의 핵심 요소이다. 다수결 방식이든 합의를 통한 방식이든 간에 그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사안에 따라 서로의 포지션에서의 논의만이 아닌 다양한 갈등 해결 기법을 검토해야 한다.

시끄러운 세상이 싫다고 불통과 꼴통으로 매도해도 입을 다물기만 해서는 갈등이 더 심해진다. 말 안 듣고 실수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어린 사람이나 후배가 철없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갈등이란 원인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그 해결책은 한 가지이다. 서로 모두가 처음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포용이 필요하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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