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결기준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3조1313억원으로 전년 동기(75조1442억원) 대비 42.6% 급감했다. 같은 기간 별도기준으로는 반 토막 수준인 5조5827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현금 감소는 반도체 '다운턴(하강국면)'을 겪었던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음에도, 불황 당시의 실적 부진 여파를 만회하기 위해 단기금융상품을 대량으로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별도기준 3분기 말 단기금융상품 순증가액은 10조원에 달한다. 동시에 단기차입을 통해 4조원 이상의 현금을 조달했다.
반면 주요 투자 지표인 유형자산 취득으로 투입된 현금(별도기준)은 26조4108억원으로 전년 동기(33조4870억원)보다 적었다. 실적 악화와 비전 불확실성으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외에 대규모 M&A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10조원은 국내 최고 '현금 부자 기업' 삼성전자도 현재 현금 보유량을 감안할 때 부담스러운 규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하고 올해도 배당으로 5조6395억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눈앞에 닥친 '주가 부양'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의 '대형 M&A' 소식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들이 기대하는 큰 M&A는 아직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20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대규모 M&A는 현재 많이 진척돼 있고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발표가 너무 늦었다"며 "연내 10조원 모두 소각하고, 밸류업 계획 공시도 발표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