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디딤돌 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은행권이 정책 대출 취급에 따른 손실(역마진)을 기금의 이차보전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금융위원회에 우려를 전했고, 금감원이 관련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은행별로 버팀목·디딤돌 대출을 얼마나 취급하고 있는지, 기금 재원을 기금 대출로 운용했을 때와 일반 대출로 운용했을 때 수익 차가 얼마큼 발생하는지 등을 파악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조치가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디딤돌·버팀목·신생아특례대출 등 기금에서 운용 중인 정책대출은 올해 초부터 매월 3조원 넘게 공급됐고 연간으로 보면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보다도 많다.
이렇다 보니 기금의 대출 재원은 연초 소진됐고 현재까지 정책 대출 재원은 은행이 직접 공급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기금 재원이 일찍 소진되고 자체 재원으로 정책 대출을 공급하면서 역마진을 우려한 바 있다. 시장금리와 정책 대출 금리 간 간극이 커 이차보전으로도 메꿀 수 없다 보니 사실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반기 주기로 기금 대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이미 상반기 중 (역마진)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었다"면서 "사실상 올해 대부분 정책 대출 재원을 은행에서 충당했으며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역마진인 것을 알지만 정책 대출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간 조율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버팀목·디딤돌대출 등은 국토부 산하 기금에서 운용하는 정책성 대출이다 보니 실시간으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영향권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책 대출 구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당국에서도 조사를 진행하거나 모니터링하는 부서가 달라 진행 상황이 공유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이차보전으로 은행이 실제 손실을 보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별로 조달비용, 금리 산정 등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실제 나가는 대출 금리는 천차만별"이라면서 "이렇게 나간 모든 대출이 실제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회비용이 날아간다고 하는데 다른 선택의 가능성으로 피해를 가늠하는 것도 어려운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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