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산이 조각난 웨딩사진 액자. 사진 속 신부는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신랑의 얼굴 부분은 찢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최근 공개된 영화 ‘장위안눙·쉔안(醬園弄·懸案)’ 포스터 장면이다. 기괴한 포스터에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듯, 영화는 중화민국 시대 3대 미스터리사건 중 하나인 '장위안 남편 토막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모티브로 소설가 장펑(蒋峰)의 소설 ‘번안(翻案)’을 각색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던 이 영화는 내달 상하이 국제영화제 개막식 영화로도 선정돼 영화제 기간 상하이 100여곳 영화관에서 특별상영할 예정이다. 올해 중국에서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도 주목받는 이 영화는 개봉일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을 정도다.
영화 ‘첨밀밀’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천커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중국 연기파 배우 장쯔이·레이자인·왕촨쥔을 비롯해 양미·자오리잉·이양첸지·리셴 등 유명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연예계 스타의 절반을 끌어모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영화는 1945년 상하이에서 아내가 남편을 토막 살인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그렸다. 상하이 신창로 장위안로 85호 2층에서 남편 잔윈잉(왕촨쥔 분)이 머리는 없고 토막난 시신만 가방에 담긴 채 발견됐다. 담당 경찰인 쉬즈우(레이자인 분)는 사건 현장에서 목격된 고인의 아내 잔저우(장쯔이 분)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감옥에 가둔다. 하지만 이 사건이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며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는 리뷰에서 "영화는 1945년 상하이에서 벌어진 남편 토막 살해라는 역사적 사건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했다”며 “처음에는 감각적으로 범죄영화인 것처럼 포장하다가 나중에 가정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사실을 차츰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영화가 중화민국 시대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항일전쟁, 해방전쟁 등 역사 속 격동하는 시대 아래 개별적인 사건이 등장인물의 굴곡진 삶과 운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천커신 감독도 "과거 1940년대에 일어난 사건에 끌린 이유는 그 사건의 방대한 서사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영화를 통해 사람과 시대의 관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살인 사건 외에 시대적 배경의 변화와 등장인물의 흥망성쇠도 관객들이 볼 수 있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천 감독은 2016년 영화 제작을 처음 결정했을 때 여주인공 잔저우 배역으로 장쯔이를 이미 점찍었다고 한다. 장쯔이는 가정폭력 피해자에서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로 변해가는 심리적 변화를 강렬한 연기로 잘 표현했다는 평이다.
사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상영 당시에만 해도 영화는 150분짜리로 편집됐으나, 천 감독은 결국엔 영화를 상·하, 두 편으로 나눴으며,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는 상편만 상영하게 된다.
천 감독은 “사건의 복잡성과 등장인물 간의 얽힌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서 한 편의 영화에 담을 수 없었다”며 "고심 끝에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눠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장쯔이도 지난해 영화 상영 당시 공들여 찍은 장면들이 삭제됐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눈 것과 관련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스토리와 다양한 캐릭터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영화의 연속성이 끊어져 지루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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