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주를 놓고 시장 전문가들 간에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4일 증권가에선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정책 방향성에 따른 시장 수요 위축과 기업 실적 부담이 기존 우려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란 진단과 최근 원자재 가격 동향과 향후 달라질 미국 무역정책에 따른 한국의 반사이익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 고문들이 바이든 행정부가 확정한 제5차 온실가스(GHG) 배출량 표준규칙 재검토 계획을 밝혔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연비 기준을 후퇴시킨 이력이 있는 만큼 미 환경보호청(EPA)이 제시한 2024년 배출량 기준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 미국 전기차 요구 침투율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 정권 인수팀이 미국의 IRA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한국 이차전지주를 급락하게 했는데 미국 차량 관련 친환경 기준 후퇴가 전기차 수요를 둔화시켜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2025년 이차전지 전후방 산업, 공급망 모두 보수적 전략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의 기간 조정만으로 안심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수 있는 만큼 이차전지주 비중 확대 기회로 삼으라는 견해도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추진하는 정책이 통과돼도 2025년 중 시작되기 어렵고 금리 민감도가 높은 미국 시장 특성상 오토론 금리 하락도 수요에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대비 2025년 시장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로 북미 30%, 유럽 26%, 중국 13%, 기타 32%를 제시하고 글로벌 판매량이 19% 증가한 2017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28% 늘고 2025년 상반기 배터리 셀 등 소재 제품 판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로 불거진 이차전지 판가 하락세가 진정되고 바닥을 다지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반등 실마리도 나타나 원자재 가격에 판가가 연동된 이차전지 제품 가격 상승 가능성도 보인다. 안회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구리 확보 노력과 배터리 수출 감소 등 움직임을 짚으며 "구리, 리튬, 배터리 가격 바닥이을 다지고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미·중 무역 갈등 구도가 한국 이차전지주 실적에 반사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미국에선 전기차 성장률 둔화, 유럽에선 중국산 배터리·소재 유입으로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 시장점유율은 축소 국면이었다"며 "미국이 IRA 기준 변경 과정에 대중국 견제 움직임을 확대하면 국내 업체의 반사 수혜로 이어질 수 있고, 유럽이 탄소 배출 규제 강화, 주요국 보조금 재도입 가능성, 수요 반등이 예상되는 점도 기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차전지 업황 개선과 실적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2일 'KRX 이차전지 톱10' 지수는 3421.40에 거래를 마쳤다. 월중 저점을 형성했던 15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해 주간 수익률 9.66%를 기록했다. 지수 구성 종목의 상장시가총액은 199조4705억원에서 224조9885억원으로 45조518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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