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6월로 미뤄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란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엔화 약세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투기 자금이 아닌 기업 실수요가 주도하는 엔 매도는 정책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엔저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올해 하반기 '엔저 2차 파동'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최근에는 엔·달러 환율이 158~160엔 사이의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환율 개입을 의식한 헤지펀드 등 투기 자금의 단기 매매 영향이 크고, 이 같은 거래가 반복되면서 환율 변동폭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문제의 핵심이 다음 국면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사태로 급등했던 원유 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원유 수입이 정상화되면, 에너지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가 다시 확대되면서 엔 매도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엔저의 성격 자체가 구조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투기 자금의 엔 매도 거래는 투자 후 이익 실현을 위한 엔 매수가 뒤따르지만, 수입 대금 결제 등 실수요에 따른 엔 매도 거래는 향후 엔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닛케이는 이러한 실수요 중심의 엔 매도가 확대될 경우 환율 상승을 되돌릴 요인이 제한돼 엔저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책 대응도 쉽지 않다. 투기적 거래에 대해서는 미국 등으로부터 환율 개입에 대한 양해를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지만, 기업 활동에 따른 환율 움직임은 인위적으로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엔저는 정책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마켓 리스크 어드바이저리의 후카야 고지 대표는 "이란 정세의 앞날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엔·달러 환율이 160엔 선을 돌파하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수요 중심의 엔 매도가 확대될 경우 엔저 압력은 무역수지 측면에서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닛케이는 외환시장 관계자 다수가 올해 큰 폭의 무역적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적자 규모를 5조~15조 엔(약 46조~139조원)으로 보는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20조 엔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무역적자가 20조 엔 규모로 불어났던 2022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자원 가격 급등으로 엔화가 연초 115엔대에서 150엔까지 급등한 바 있다.
엔저 장기화 우려는 한국 경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직접 경합하는 분야에서 가격 경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또 일본 여행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국내 소비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에너지·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역시 국제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