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 경남 사천시 사남면. 크레인에 매달린 배에는 '서울' '한강버스'라고 적혀 있다. 한강버스 중 가장 먼저 물에 뜨게 될 '한강버스 102' 누리호다. 배 꼬리에서 시작된 푸른 빛은 뱃머리로 갈수록 하얀색으로 옅어진다. 누리호는 연말 한강에 띄워져 아침저녁으로 모습이 바뀌는 서울의 색으로 물들여진다.
가장 먼저 건조된 '한강버스 101' 가람호는 내부 단장을 95%까지 끝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람호 외부·갑판·내부 좌석·조타실까지 살펴본 후 좌석에 앉아 베이글을 손에 들고 "베이글을 이렇게 먹으며 한강 경치도 보고 식사도 하고 일도 미리 준비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며 웃었다. "새로운 출퇴근 풍속도가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 드디어 마련됐다"고 했다.
수상교통 시대를 열 '한강버스'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한강버스를 앞세워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30분 만에 출퇴근이 가능한 교통 혁신을 이루고, 나아가 대표 관광 상품으로 발돋움하는 한편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불러오겠다는 포부다. 시민 일상생활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다듬어 전체적인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시정 철학 '일상 혁명'과도 맞닿아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은성중공업 인근에서 한강버스 진수식을 열고 "이번에 선보이는 두 척의 한강버스 진수식을 필두로 이제 곧 시민 여러분이 직접 한강버스를 이용하시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서울시의회 최초 여성 의장인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진수선을 절단했다. 절단식은 아기 탯줄을 자르는 것처럼 배가 처음 진수해서 바다에 나갈 때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의미로 여성이 자르는 게 관행이다.
한강버스가 단순 교통 수단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을 탈바꿈한다고 장담했다. 오 시장은 "시민들에게는 대중 교통을 제공하고 수도 서울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독특한 정취를 선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며 "벅찬 감동을 억누를 수 없다"고 울먹였다.
한강버스는 마곡~여의도~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오간다. 출퇴근 시간에는 최대 199명을 태우고 8척이 15분 간격으로 다닐 계획이다.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30분 만에 도착하는 등 출퇴근에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공개된 2척은 은성중공업이 건조를 완료했다. 시범운항은 12월 말로 예정됐다. 그전까지 은성중공업 인근 앞바다에서 해상 시험과 시운전을 하면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검증을 거친다. 가덕중공업이 맡은 나머지 6척 등은 순차적으로 인도될 계획이다.
당초 한강버스 운항 예정일은 지난 10월이었으나 내년 3월로 연기되는 과정에서 민주당 시의원을 중심으로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은성중공업과 계약했던 8척 중 6척을 가덕중공업에 맡겼으나 하이브리드 엔진 승인 일정 때문에 오히려 더 늦어졌다. 시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선박으로 건조된 한강버스 추진체가 배터리 화재에 안전하도록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님들이 한 분도 안 계신다"며 "과정에 문제가 혹시라도 있으면 따질 건 따지고 축하할 건 축하해 주셔야 옳은데 정말 많이 섭섭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진수식에는 류동근 한국해양대 총장, 한원희 목포해양대 총장, 이성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원내대표, 김태수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위원장, 박춘선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부위원장, 박동식 사천시장, 김규헌 사천시의회 의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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