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르면서 일부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지난달부터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손실을 기록한다면 내년에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보험료가 최근 3년 연속 내렸다는 점에서 내년에는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2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누계 손해율 평균은 81.5%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8.6%)과 비교했을 때 2.9%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기업별로는 현대해상이 82.1%로 가장 높고 KB손보(82.0%), 삼성화재(81.2%), DB손보(80.6%)가 그 뒤를 이었죠.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의미합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관련해 보험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제반 비용 등을 고려해 80~82%보다 높으면 손실을, 낮으면 이익을 본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예컨대 대형 손해보험사 중 현대해상과 KB손보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자동차보험에서 손해를 봤거나 이익이 크게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각 사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3분기까지 자동차보험에서 960억원의 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3.8% 감소한 수치입니다. KB손보 역시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같은 기간 65.5% 감소한 327억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습니다. 비교적 손해율이 낮은 삼성화재와 DB손보도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자동차보험을 통해 얻은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34%씩 줄었습니다.
지난달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이 85.2%로 상당히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4분기 들어 더욱 심화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물론 각종 비용 지출이 회사마다 다르므로 손익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선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보험사도 손해율 상승이 달가운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손해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손해율이 상승한 게 최근 3년 연속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보험료 수입이 줄었으니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보험금 지출을 가정했을 때 손해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손해보험업계는 올해 초에도 기업별로 자동차보험료를 2.5~3.0% 인하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수입보험료는 총 15조6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습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매년 화두에 오르는 이유는 이 지표가 보험료 수익 대비 보험금 지출을 직관적으로 보여줘 보험료 산정 시 중요하게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손해보험업계는 매년 1월 말쯤 지난해의 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나오면 2월께부터 본격적인 보험료 조정 절차에 돌입합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보험료에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금융당국도 매년 보험료 인상·인하 여부를 예의주시합니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업계도 손해율을 비롯한 객관적인 수치에 근거해 보험료 인상·인하 여부와 그 폭을 결정하려고 노력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시간 손해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연말로 갈수록 상승하는 ‘상저하고’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11월에는 가을철 행락객이 증가하고 12월에는 눈길·빙판길 등의 영향으로 사고가 늘어나는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작년에도 11월과 12월의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은 각각 86.3%, 85.6%로 1~10월 기록(74.8~82.0%)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올해도 11~12월 손해율이 급등한다면 올해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보험사들도 자동차보험료 상승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겠죠.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입보험료가 줄어든 게 손해율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만큼 보험료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손해보험 업계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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