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내달 초 중국을 겨냥한 추가 반도체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중국의 첨단 기술 확보를 억제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대중국 견제 고삐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의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개발 능력을 더욱 강력하게 제한할 수 있는 광범위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27일 보도했다.
새 규제에는 화웨이와 관련된 일부 반도체 제조 공장과 반도체 장비 생산 기업 등을 포함한 중국 기업 200여곳을 거래제한 명단에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의 주요 협력사인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SMIC)가 운영하는 반도체 공장 두곳이 거래제한 명단에 추가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AI 반도체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대상은 HBM3 등 4세대 이상의 첨단 제품이라고 한 관계자는 와이어드에 전했다. 그보다 구형인 2세대 제품 HBM2에 대한 중국의 접근도 일부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창신메모리는 중국 최대 D램 제조사로 현재 2세대 HBM2를 생산할 수 있다. 소식통들은 수출 통제 대상에 HBM 관련 조항이 포함되면 미국의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업계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다만 새 규제안의 발표 시점과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 규제 마련을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자국 반도체 업계 대표들 및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국들과 논의를 이어오면서 이미 발표 시점과 세부 내용을 수차례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22일 로이터통신은 새 규제가 28일 전에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추가 규제가 시행될 경우 자국 및 동맹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제재 범위를 두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새로운 제재에 강력 반발할 태세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중국에 악의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자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하게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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