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중요한 요소다.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에서 대상을 거머쥔 김윤승 랩에스디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나는 디자인 싱킹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디자인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대상을 받았다. 그가 대상을 받은 배경에는 그의 디자인적 사고가 자리한다. 김 대표는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사람이 겪는 실명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갤럭시폰 업사이클링이라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 쓰고 버린 스마트폰을 ‘아이라이크 플랫폼’이라는 이동식 안구 검사 기기로 변신시킨 것이다.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됐을 중고 스마트폰이 누군가의 시력, 삶의 빛을 지켜주는 보건도구로 재탄생한 것이다.
김 대표는 “눈이 안 보이면 학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출석률, 교우관계, 상급학교 진학률 등 안보건과 교육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문제점을 발견하고, 솔루션을 제안하고, 시도하는 것, 그리고 피드백으로 솔루션을 개선하는 것 모두가 디자인 싱킹이다. 바로 내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인이 '지속 가능한 일상'으로
‘디자인 싱킹’은 김 대표가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 문을 과감하게 두드린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서울디자인어워드에 지원하기 전 2022년과 2023년 공고 등을 살펴보고 “이건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가 ‘아이라이크 플랫폼’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와 '서울디자인어워드'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이 깊이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기술혁신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믿는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힘이자 사람들을 포용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밑바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는 '서울디자인어워드'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2019년 첫발을 내디딘 '서울디자인어워드'는 디자인계의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iF 디자인 어워드’ 등 대부분 디자인 어워드는 디자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와 산업적 측면을 최우선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이와 결을 달리한다. 디자인을 통한 선한 영향력의 확산에 방점을 두는 독보적인 어워드다. 디자인이 사람과 사회, 환경에 끼치는 긍정적인 변화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빛난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대담한 질문을 세계에 던지고, 서울을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한 글로벌 공유의 장으로 마련했다. 특히 4회 차인 2023년에는 ‘지속 가능한 일상을 위한 서울디자인어워드’로 리브랜딩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또한 어워드의 공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디자인 대가들을 불러 모았다. 미국, 이탈리아, 핀란드,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자문위원 14명과 함께 디자인계 권위자 남택진, 에치오 만지니, 패트리샤 무어, 비르짓 로만을 포함한 심사위원 13명이 심사에 참여해 국제적 신뢰를 더했다.
아울러 기존의 휴먼시티라는 표현을 제외하면서 '서울디자인어워드'는 도시 건축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인 작품들을 세계 각지에서 받아들이게 됐고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첫 회에는 25개국에서 75개 작품이 출품됐으나 2024년에는 65개국에서 무려 575개 작품을 출품했다. 1회 대비 7.6배나 증가했다. 단 5년여 만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누적 참여국도 81개국에 이르러 디자인이 싹트지 못한 어려운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가 이 어워드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서울디자인어워드가 '아이라이크 플랫폼'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국제보건, 특히 안보건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눈 검진을 받지 못해 실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그의 열정이 '아이라이크 플랫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눈은 생산성과 관련이 높은 질환이다. 실명은 직업을 잃거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를 보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저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40대 이상은 최소 1년에 한 번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개발도상국, 특히 시골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단지 눈 검진을 받을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실명에 이르는 사례가 많다.”
"혼자서는 문제 해결 못해"···'오케스트레이트' 강조
김 대표는 향후 산부인과, 소아과 등과도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생아가 미숙아로 태어나면 미숙아 망막병증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중소득 국가에 망막병증이 많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한 사람의 삶을 볼 때 임팩트가 큰 질환이다.”
그는 ‘오케스트레이트(orchestrate)’를 강조했다. “안 보건 분야에서 15년 가까이 일했다. 그 과정에서 절실히 느낀 것은 혼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아이라이크 플랫폼은) 여러 분야 친구들이 놀 수 있는 에코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기여를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오케스트레이트하는 것이다.”
실제 플랫폼 안에서 많은 플레이어가 협력하고 있다. 랩에스디 내 디자이너들은 물론이고 SK네트웍스 자회사인 스마트폰 수집 플랫폼 민팃은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지원을 했다.
김 대표는 실패에 낙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실패했다면 거기서 배우고 다시 나가면 된다. 점진적 실현을 위해서 계속 노력했으면 좋겠다.”
“취약계층에 집중해서 접근하는 상 드물어···유니크”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에서 주목을 받은 인물은 또 있다. 최우수상과 국내 시민상을 받은 장성은 요크 대표다. 그는 소를 키우느라 학교에 못 나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솔라카우 아얀투를 디자인했다.
젖소를 형상화한 태양광 발전기 솔라카우 배 부분에 우유병처럼 생긴 배터리를 꽂아 충전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학교에 설치돼 아이들이 값비싼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학교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했다.
장 대표는 “아이들이 소를 돌보느라 학교를 못 나가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학교에 가게 하는 ‘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유를 마시고 키가 크지만 이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우유를 얻을 수 있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은 교통, 보건, 농업 등 다양한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다.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서울디자인어워드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국제 기반 협력이나 취약계층에 집중해서 접근하는 상은 흔하지 않다. 이런 부분들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풀어낸 것이 유니크했다. 서울시는 돈 이상의 가치가 있는 네트워크 등을 갖고 있다. 가치 있는 프로젝트들은 서울시와 연계해서 크게 꽃을 피울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 서울디자인어워드가 솔루션이 꽃피울 수 있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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