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이 40% 미만으로 내려오면서 대표이사가 전격 교체됐다. 새 자리에는 김우석 삼성생명 부사장이 내정됐다. 서봉균 대표는 3년 임기를 끝으로 내부 고문을 담당하기로 했다.
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삼성자산운용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새 대표이사(대표부사장) 후보로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인 김우석 부사장을 추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조만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김 신임 대표 내정자를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우석 내정자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을 거쳐 경영관리, 기획, 자산운용부문장 등을 맡았다.
삼성운용이 가장 중시하는 성과는 바로 ETF 점유율이다. 지난주 삼성운용 신임 대표가 내정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TF 성과에 따라 대표직을 교체했다는 말로 해석된다.
삼성운용은 2002년 국내 시장에 ETF를 처음으로 출시한 뒤 코스피200을 100% 추종하는 KODEX200 레버리지 상품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점유율 50%를유지해왔다.
그러나 2020년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ETF 상품이 연달아 흥행시킨 뒤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여러 중소형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 진입하며 삼성운용의 50% 점유율은 깨졌다. 현재는 38%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락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삼성운용은 광고 마케팅에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투자했다. 삼성운용은 올해 광고 선전비 규모를 기존 55억원에서 102억원대로 키웠다.
그럼에도 점유율 상승에 효과가 없자 삼성운용은 미국, 리츠 등 일부 상품에 한해 보수를 최저 수준(0.99bp)으로 인하하며 운용사 간 출혈 경쟁을 이끌었다.
삼성운용의 광고 마케팅 비용 인상, 보수 인하 등이 대표직 연임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 대표는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으로 영전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면서 “이를 위해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바로 ETF 점유율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점유율 상승을 위한 전략만 내놓을 수밖에 없어 '외화내빈'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직 역임 혹은 삼성생명으로 영전하기 위해 단순히 ETF 점유율로만 재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시장 1위인 삼성운용의 광고비 확대, 보수 인하 등은 다른 운용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점유율로만 업무 성과를 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 업계는 ETF 점유율 및 수익 성과를 대표직 유지를 위한 주요 잣대로 사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권희백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도 임기를 몇 달 남기고 조기 퇴진한 뒤 경영총괄을 맡고 있던 김종호 대표이사가 후임을 맡았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ETF 브랜드 명칭을 기존 ‘아리랑’에서 ‘PLUS’로 교체하고 새 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리브랜딩 전략을 세웠지만 점유율 증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다.
1위를 맹추격하고 있는 미래운용은 최창훈·이준용 각자 대표이사 체제 그대로 간다. 이준용 미래운용 대표는 지난해 10월 미래운용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1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투운용은 배 대표 영입 후 기존 점유율 4%대에서 현재 7%대까지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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