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5일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둔 임원인사 속에서도 그룹 미래 먹거리인 AI(인공지능)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 규모는 대폭 확대했다.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에도 기술·현장 중심 인력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직 개편은 미래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DT) 역량 강화를 위해 기존 AI·DT 태스크포스(TF)를 확대 운영하고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센터도 신설한다.
SK㈜·SK이노·SK하이닉스, AI 중심 사업부로 재편
SK그룹은 이날 AI와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 모두 최 회장이 줄곧 강조했던 'AI 사업 리더십' 확보를 위한 변화를 예고했다.먼저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CEO 직속으로 '인공지능(AI) 혁신'과 '성장 지원' 등 2개 조직을 신설한다. AI 혁신 담당은 홍광표 수펙스추구협의회 DT TF 임원이, 성장 지원 담당은 최윤정 본부장이 각각 겸직한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기존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함께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동력 발굴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기존 4대 사업부를 7대 사업부로 개편하며 AI 실행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7대 사업부 가운데 4개 사업부가 AI 관련 조직이다.
7대 사업부는 △통신 분야 MNO(이동통신)사업부 △B유선·미디어사업부 △엔터프라이즈사업부·AI 분야 에이닷사업부 △GPAA(글로벌 퍼스널 AI 에이전트)사업부 △ AIX(AI 전환)사업부 △AI DC(데이터센터)사업부로 구성됐다.
특히 SK텔레콤은 그룹 전반에 대한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센터' 키를 잡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AI 시너지 강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AI 혁신을 위해 사업부문을 △AI 인프라(CMO) △미래기술연구원(CTO) △개발총괄(CDO) △양산총괄(CPO) △Corporate Center 등 5개 조직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SK, 혁신 주도 인재 전진 배치···'기술·현장·AI' 초점
SK그룹은 임원 감축 기조에도 각 계열사 경영 전면에는 이공계 출신 임원들을 전면 배치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ARPA_E)에서 기후변화,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SK온은 신창호 SK㈜ PM 부문장을 신설된 운영총괄 임원으로 선임한다. 신 총괄은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 실행력을 높이고 배터리 밸류체인 최적화에 앞장선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제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일류’ DNA 계열사 확산에도 나선다. SK온은 SK하이닉스 출신 이석희 CEO에 이어 이번에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피승호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실장 등을 담당하며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부품 국산화를 이끈 바 있다.
SK그룹 신규 사업을 주도하는 SKC 경영진의 전진 배치도 주목할 만하다. 박원철 SKC 사장은 글라스 기판 투자사 앱솔릭스 대표를 겸직해 유리기판 상업화를 직접 진두지휘한다. 유지한 SKC 경영지원부문장(CFO)은 반도체 테스트 소켓 투자사 ISC 대표를 겸직함으로써 반도체 후공정 사업 간 시너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SK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는 지경학 이슈에 빠른 대응을 위해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하다 지난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했으며 이번 인사에서 그룹 미주 GR(Government Relations)을 총괄하도록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 이 밖에도 SK실트론과 SK(주) 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을 전환 배치하며 '혁신 DNA'를 이식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8개 위원회 조직 구조와 소수 정예 기조는 계속 유지하면서 기존에 육성된 인력은 계열사 현장으로 전진 배치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술·현장·글로벌 중심 인사로 사업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하는 한편 연중 한발 앞선 수시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문화 정착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