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8일에도 중국 관영언론은 실시간으로 관련 사태를 보도하며 한국 탄핵 정국 추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 표결에서 무산된 것을 실시간 속보로 전한 데 이어 이날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밝힌 '김용현 국방장관 긴급체포',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공동담화 발표',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조기 퇴진 추진' 등의 내용 등을 신속히 보도하고 있다.
특히 관영매체들은 한국의 당파 대립으로 이러한 정치적 혼란이 초래됐다는 점을 부각시켜 사실상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의 우월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반관영 중국신문망은 이날 윤 대통령의 탄핵안 부결 이후 '한국의 정치 국면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라는 기사를 게재해 한국에 계속해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매체는 "비상계엄 위기는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립의 필연적 산물"로 "이번 위기는 한국에 이 문제를 어떻게 심층적인 개혁을 통해 해결하느냐라는 시사점을 안겼다"고도 짚었다.
중국 국영중앙(CC)TV도 이날 샹하오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을 인용해 "탄핵안 자체를 둘러싼 여당의 태도가 어떻든,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 여부와 상관없이 여야 간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진보와 보수의 정치 이념과 정책 노선의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권의 양극화와 사회의 극심한 분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경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어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민주당이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했던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비판적이었으며, 중국에 보다 절제된 접근을 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8일 ‘중국을 적대시하고 일본과 가까이 한 윤석열 탄핵안 세부내용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야 6당이 지난 4일 공개한 소추안에 “(윤 대통령이) 가치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무시한 채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대목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와 웨이보·웨이신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연일 한국의 정치 혼란과 관련된 검색어가 상위권에 오르내리며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7일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부결된 직후 ‘한국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 투표 개시 진행’, ‘한국 국회 현장의 격렬한 논쟁’이 인기 검색어 1, 2위에 올랐을 정도다. 누리꾼들은 "한국 드라마보다도 더 재미있다", "(영화 '서울의 봄'에 빗대) 서울의 겨울이 왔다", "한국의 대통령은 고위험 직군" 등의 댓글을 올렸다.
중국 관변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8일 SNS에 “윤 대통령의 위신은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국민의힘이 그를 대통령 자리에 앉혀만 놓은 것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이 그 자리를 빼앗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어떻게 힘 없는 정치적 부평초와 같은 대통령 역할을 하느냐가 극히 보기 드문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후시진은 전날에도 "한국의 이번 정치적 혼란은 김건희 여사로 촉발된 것"이라며 "김 여사가 화(禍)의 시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양귀비에 비유하는 것도 아깝다며 “김 여사는 사리사욕으로 한국 정쟁 대폭발을 초래한 부도덕한 인물로, 한국의 법규가 그를 용서치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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