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와 중국 경기 침체, 고환율,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지속 등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개별 기업이 헤쳐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 주도의 민관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누적 대미 수출액은 95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도 3분기 누적 399억 달러로 역대 최대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 같은 호조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8대 무역적자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를 통한 무역적자 해소를 노리고 있어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수출 주력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환율은 국내 제조업계의 원가 상승 요인이다. 원자재·에너지 수입 가격이 올라 생산 단가도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뒤를 이을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 받던 전기차·배터리 분야의 캐즘 현상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 올 1~10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2% 감소한 21만9015대로 집계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내년 자동차 수출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점유율이 전년보다 3.5%포인트 하락한 20.2%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대내외 악재 하나하나의 파급력이 커 대기업이라도 직접 대응에 나서기가 녹록지 않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민관 협력 체계 강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민관 대미 협력 전담반(TF) 구성을 마치고 업종별로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고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응책 수립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미국 정부와 협상을 하고 정부가 뒤에서 지원해주는 게 필요한데 지금은 (정국 혼란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주요국들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하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손을 놓고 있다"며 "동태 파악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인 접촉을 통해 트럼프 쪽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정부가 재계 단체와 국내 대표 기업 등을 참여시켜 미국에 파견할 사절단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지금부터 유대 관계를 쌓지 않으면 나중에 엄중한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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