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관망세입니다. 매도인들도 물건을 거둬들여 내놓지 않고, 매수자들도 최근 가격이 너무 뛴 데다 정국 혼란으로 시장을 두고 보자는 상황이에요.”(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A 공인중개업소 대표)
대출 규제와 탄핵정국으로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분위기다.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되며 사업 기대감이 빠르게 상승했던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내 일부 단지들에선 향후 정비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찾은 성남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아파트에는 사업 기대감을 반영하듯 선도지구 지정을 축하하는 각 건설사들의 현수막들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분당 1만948가구, 일산 8912가구, 중동 5957가구, 평촌 5460가구, 산본 4620가구 등 총 13개 구역, 3만6000가구를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한 바 있다.
선도지구 지정 직후 최고조에 달했던 기대감도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최근 탄핵 정국이 선도지구 사업 추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단지에서 만난 한 40대 주민은 “일단 지정이 됐으니 추진에 크게 영향이 있을까 싶다”면서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약속했던 조건들이 후퇴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선도지구에서 제외된 단지들의 경우, 정부의 현행 재건축 정책 추진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더욱 컸다. 선도지구에 탈락한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내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동의율은 주변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에 다음 선정 때는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민들 사이에서 있었는데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다음 기회조차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가격 자체가 급락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추진 열기가 식으면서 선정 단지들보다 거래 위축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당 단지 내 전용 84㎡ 매물은 선도지구 발표 직전 16억70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이달 들어 호가는 매물 별로 5000만원 이상씩 하락한 가격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경기 고양시 일산 일대 단지들 역시 가격 상승에도 거래는 줄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경기도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대림아파트 전용 58㎡의 경우 최근 4억1700만원에 손바뀜되며 한달 만에 실거래 가격이 2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백석동의 C 중개업소 관계자는 “연말 들어 매매가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서 지속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민들의 경우 이주대책 등 후속 절차 이행 여부가 가장 중요한데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도 주민들 사이에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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