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0~2.1%에 머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올해 4분기 성장률을 애초 0.5%로 예상했는데 0.4%나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올해 2.2% 성장 달성은 거의 확정적이었지만 계엄·탄핵 사태라는 초대형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4분기 성장률이 분기 대비 0.5%(전년 동기 대비 1.7%) 이상 나와야 2.2%에 도달하는데 계엄·탄핵 사태로 소비심리는 급랭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뉴스심리지수는 지난 11일 77.47로 2022년 12월 2일(77.32)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 4일 92.97을 기록한 뒤 추세적으로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수출은 예상대로 유지되는 것 같지만 소비지표인 카드 사용액은 생각보다 더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경제 심리 지수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저성장 우려를 타개하기 위한 처방으로 재정 정책을 거듭 거론했다. 이날도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에 대해 "애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포인트가량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가급적 여야정이 빨리 합의해 새로운 예산을 발표하는 게 경제 심리에도 좋다"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도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만약 추경이나 확장재정 논의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 하방 압력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통화정책이 떠안게 된다. 내년 1월 3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론이 탄력을 받는 이유다. 그러나 143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고려할 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금 상태에서는 재정문제, 심리문제에 따라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는 물가와 경기, 환율, 가계부채 등 1월에 들어오는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빅 컷(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데이터로선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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