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쇼크] 민주당 강행 의지에 기업들 당혹..."연구개발 위축, 사모펀드 먹잇감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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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김정훈 기자
입력 2024-1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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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토론회서 발언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아주경제DB
상법 개정 토론회서 발언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아주경제DB]

탄핵 정국 장기화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주도로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어 기업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상법 전반을 개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서 상법에는 주주 이익에 관한 포괄적인 내용만 담고 자본시장법에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규제안을 담을 방침이다. 이에 재계에선 이사회의 경영상 고도화된 판단에 차질이 생기고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재계·투자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과거에는 부동산을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 수단으로 삼았는데, 앞으로는 금융시장 중심으로 옮겨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을 구성하는 실제 소유자인 주주가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고 기업을 믿고 자본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재계 관계자들은 상법 개정으로 경영진에 대한 고소·고발이 늘어나면서 기업 경영 활동과 의사 결정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주주충실 의무를 상법에 적용하면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영권 분쟁 공시 기업의 90%가 중소‧중견기업인 상황에서 상법이 개정되면 상장 유인이 없어져서 주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꾸준한 연구개발로 혁신 제품을 만들던 회사가 연구개발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며 "법적 판례가 생기기 전까지 기업이 겪을 혼란도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부회장은 중소·중견기업과 주주를 함께 보호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보다 합병·분할 등 사례에 '핀셋 규제'를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금철 중견기업 심팩의 정연중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여기에 동의했다.

정 CFO는 "신용도·자기자본이 적은 중견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국내 주식시장인데, 상법이 개정될 경우 주주 간 이해 충돌로 인해 자본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회사가 장기적 성장을 위한 재투자나 인수합병 결정을 내려도 일부 주주가 고액 배당을 요구하면 주주충실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도 상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형희 SK수펙스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사장은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투자자 공감대가 형성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 국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 강화에 따른 주주이익 실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SK하이닉스를 꼽았다. 이 위원장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라는 첨단 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토대로 작년 대비 주가가 100% 상승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 빅테크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연구개발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기업 펀더멘털을 키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획실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9년 미국 엘리엇에 공격받은 사례를 꼽으며 해외 사모펀드에 대한 경계의 뜻을 드러냈다. 그는 "엘리엇은 현대차 당기순이익(1조6000억원)의 3.6배에 달하는 배당안을 요구하며 단기적인 이익 실현에 대한 뜻을 드러낸 바 있다"며 "이는 회사의 장기적인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우수인재 확보 등 미래 성장 기반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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