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진 12월 연말, 어둠이 일찍 찾아와도 서울 광화문·청계천은 밝게 빛난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광화문부터 청계천까지 화려한 빛의 축제가 지난 13일부터 펼쳐져서다. 코끝 시리게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불빛이 가득 찬 광화문·청계천은 왠지 모를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퇴근길 직장인들의 발길을 잡는다.
그중 놓칠 수 없는 건 광화문 담벼락을 도화지 삼아 펼쳐지는 ‘서울라이트’다. 지난 16일 오후 6시 정각이 되자 웅장한 노랫소리와 광화문 담을 따라 프랑스 출신 다비드 위고노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펼쳐졌다. 파리 발레리나가 부채춤을 추는 예술적이고 매혹적인 영상이 연출됐고, 금세 광화문 앞에는 미디어아트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연인·친구·가족들과 나온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 이색적인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공연 연출과 아트디렉팅을 맡은 황지영 예술감독은 이날 “(미디어아트는) ‘루미너스 액시스(LUMINOUS AXIS, 빛의 축)’를 콘셉트로 과거와 현재, 미래 비전을 예술적으로 담아냈다”며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의 작가 영상 전체가 교향곡을 만든다”고 소개했다.
서울라이트를 즐긴 뒤 뒤를 돌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15m 높이의 거대한 트리가 사람들을 인도한다. 그곳에는 ‘산타마을’을 주제로 광화문마켓이 조성됐다. 수많은 사람들은 대형 트리 아래 성탄절 분위기로 꾸며진 방 모양의 포토스폿에서 인증샷을 남기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유럽을 연상하게 하는 원목부스에서는 직접 상인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비롯해 다양한 유럽의 크리스마스 대표 식음료 등도 판매하고 있었다. 독일식 소시지와 헝가리식 고기스튜, 뱅쇼 등 다양한 크리스마스 관련 먹거리들은 마치 외국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래서인지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마켓을 찾은 사람들로 광화문광장이 가득찼다.
실제 광화문마켓을 운영하는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마켓이 처음 설치된 지난 13일부터 6일 사이 총 52개부스에서는 약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방문객도 총 15만명에 달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멀지않은 청계천도 빛의 향연이 이어졌다. 소라뿔 모형의 조형물이 있는 청계광장은 놀이동산의 광장처럼 꾸며졌다. 한쪽에 설치된 미니 기차에는 신나는 얼굴의 아이들이 타 있고, 반대편에 설치된 빛나는 조형물 앞에는 추억을 남기려는 어른들이 가득했다. 빛이 가득한 청계광장은 모든 곳이 ‘포토스폿’이 됐다.
성균관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왔다는 독일인 레나는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시장을 해마다 여는데 너무 좋아한다”며 “독일과 똑같진 않지만 조명이 가득한 광장 풍경이 너무 예쁘다”고 기뻐했다. 레나는 친구들과 함께 청계광장을 지나 청계천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240여 개 조형물이 즐비한 ‘빛초롱축제’가 한창이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고래와 물고기 떼가 움직이는 영상이 청계천에 투영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