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둔화로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삼성SDI는 신중한 경영 전략과 안정적인 실적을 통해 차별화를 이루었다. 과도한 해외 사업장 확장보다는 연구개발(R&D)과 효율적인 투자에 집중한 결과,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SK온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최대 2년간 학비를 지원하는 무급휴직 제도를 도입했다. 희망퇴직은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하며, 퇴직자에게는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사 차원의 위기 경영 체제를 선언하며 매출 역성장과 가동률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는 투자와 비용 구조를 재검토하며,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추가 수주를 통해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한, 46시리즈와 리튬인산철(LFP) 등 새로운 폼팩터 채택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반면,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3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하지 않고 있다. 삼성SDI는 2024년 3분기 영업이익 1,2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지만, 여전히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유리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AMPC 보조금을 제외한 순수 사업 부문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점이 주목된다. 삼성SDI의 전지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635억원으로, 이 중 103억원은 보조금이었다.
삼성SDI가 흑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해외 사업장 확장보다는 연구개발(R&D)과 효율적인 투자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2공장과 GM 합작공장의 가동 시점을 모두 2027년으로 조정하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토요타와의 협력 방안에서 신규 투자 대신 기존 GM과의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 3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실속 있는 회사"라며 "LG엔솔과 SK온은 해외 합작 투자와 공장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그 과정에서 회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SK온은 미국에서 합작 투자 공장에 큰 비용을 쏟았으나, 최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특히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인해 투자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른 배터리 업체들과 차별화된 전략이 이제야 그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의 가동률도 경쟁사들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에너지솔루션 부문 가동률은 76%로, 지난해에 이어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73.6%에서 2023년 69.3%, 올해 상반기에는 59.4%로 감소했다. SK온 역시 같은 기간 86.8%에서 53.0%로 떨어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보수적인 경영 전략은 향후 전기차 시장 둔화와 같은 외부 변수 속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삼성SDI의 안정적인 내실 경영이 경쟁 우위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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