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투자·M&A '올스톱'…제주항공, 내년 '운수권'도 날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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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4-12-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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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여객기 사고 여파가 내년 국내 항공업계 운수권 배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매년 상반기 정기 운수권 배분을 위해 항공사의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운수권은 항공사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으로 정부가 내년에도 상반기에 심의를 진행한다면 제주항공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게 될 우려가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토부의 운수권 정기 배분이 지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통상 매년 5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통해 항공회담을 통해 획득한 국제항공운수권이나 반납된 운수권 등을 항공사에 배분해왔다. 정부는 매년 3~4월 항공사들의 신청을 받아 적합성을 평가하는데 여기에는 소비자 보조를 위한 항공사 안전성 등 항목이 들어간다. 

운수권 배분을 위한 항공사 평가는 제주항공의 사고 원인 결과가 나와야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운수권 배분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정확한 원인 파악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는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내년에도 상반기에 운수권 배분 평가가 이뤄진다면 제주항공은 안전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권 배분이 주로 상반기에 이뤄져 왔지만 내년은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여객기 사고로 앞으로 운항, 기재 도입, 투자 등 계획이 불투명해지면서 운수권 할당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일부 노선을 국내 항공사에 이관해 독과점 우려를 낮춰야 한다. 정부는 해당 노선뿐 아니라 그동안 대형항공사가 운항해온 유럽·서남아시아 등 중장거리 노선과 아프리카, 중남미, 인도, 베트남 등 운수권에 대한 국내 LCC의 우선 진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의 수혜가 예상됐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양사 합병에 따라 유럽과 미주 노선을 먼저 이관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체력과 기재 보유대수 등을 고려하면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이 상당수 노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항공이 B737-8 2대와 B737NG 2대 등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도 운수권 확보가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현재 항공권 예약을 받지 않고 있고 사고 하루만에 6만8000건의 항공권 취소가 발생하는 등 운항 계획이 불투명해지면서 운수권 확보를 위한 계획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번 사고로 제주항공의 자체적 투자도 위축되면서 국내 LCC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국토부의 항공 통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올 1~11월 국제선 여객 수는 781만4763명으로 국내 LCC 전체의 27.3%를 차지하며 1위에 랭크됐다. 티웨이항공이 598만5390명으로 2위를 차지했고 이어 진에어(589만9829명), 에어부산(408만4052명), 이스타항공(169만3049명), 에어서울(168만1222명) 등 순이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운항 편수는 48만642편으로 티웨이항공(3만3267편), 진에어(2만9416편), 에어부산(2만1350편) 등을 제치고 1위를 유지했다. 

특히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인정될 경우 경영공백이 생기면 대규모 투자, 채용, 인수합병(M&A) 등 결정도 지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통해 "항공사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의 투자 회수 시점을 알 수 없지만 향후 인수합병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매물이 등장하면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제주항공은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보단 안전분야에 대한 투자, 돌아선 고객들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등을 통해 글로벌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다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가 다른 항공업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항공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인력 수급이 줄고 정비 점검 주기가 길어졌다"며 "소비자들은 앞으로 항공기종을 확인해가며 탑승권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업계는 기령이 오래된 항공기의 정비를 강화하고 정부는 슬롯 배분 시 항공사들의 과잉 운항, 안전성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와 로컬라이저방위각표시시설가 있는 둔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와 로컬라이저(방위각표시시설)가 있는 둔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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