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 ‘하늘보리’, ‘핫팩 포켓형’, ‘물티슈 2000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항공 1층 1번 게이트 앞. 희생자 유가족이 머물도록 마련한 구호 텐트 바로 옆은 원래 텅 빈 공간이었다.
하지만 1일 저녁 수백개가 넘는 택배상자로 공간이 가득 찼다. 택배 상자에는 ‘보내는 이’가 적혀 있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유족을 위해 보낸 기부 물품이라고 예상했다.
쌓인 상자 뒤편에는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상자에 담긴 물품을 종류별로 나누고 있었다. 밤이 깊었지만 봉사에 나선 이들은 지친 기색 없이 분류작업을 이어갔다. 분류를 마친 상자에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양말과 칫솔, 수건 등이 크게 적혀 있었다.
자원봉사자 김인수씨(56)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처음 봤다”며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가 오고 기부 물품도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전남 지역은 물론 전국 봉사단체와 사람들이 무안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고 수습과 관련해 기약 없이 공항에 발이 묶인 희생자 유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허강숙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장(62)은 이날 “사고 첫날인 29일 우리 센터 자원봉사자 명단에 등록된 인원은 220명이었고 다음날엔 620명, 31일엔 890명에 달했다”며 “다른 곳까지 (자원봉사자를) 세면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단체로 (봉사를) 많이 오지만, 전국에서 개인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세 끼 식사와 음료, 각종 생필품 등을 나눠주거나,공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수거 등 다양한 일을 맡는다.
이날 무안공항 2층 2번 게이트 앞에 마련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부스에는 슬리퍼가 처음 등장했다. 공항에 오래 머물거란 생각도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슬리퍼를 받기 위해 부스를 찾았다. 부스에는 티셔츠와 속옷, 우황청심원까지 없는 게 없었다.
김덕효씨(50)는 “서울 등 먼 곳에서 무안까지 못 오는 사람들은 교회를 통해 기부금을 전달하고 그 기부금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바로바로 제공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무안공항 관리동 앞 주차장에서는 전날까지 없었던 붕어빵 무료 나눔도 있었다. 일요일마다 보육원·요양원 봉사, 도배 봉사 등 봉사 마니아라는 김용섭씨(59)는 새해 동이 트기 전 인천에서부터 붕어빵 기계를 싣고 무안까지 달려왔다.
김씨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부터 봉사를 시작해서 원래 새해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봉사를 하려 했는데 갑자기 참담한 사고가 발생해 이곳에 왔다”며 “사고 수습이 빨리 이뤄져야겠지만, 다음 주까지 안되면 한 번 더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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