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전자업계] 韓경제 '퍼펙트 스톰' 현실로…삼성·LG 나란히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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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입력 2025-01-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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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분기 '어닝쇼크'…반도체·가전 수익성 '뚝'

  • 中 반도체 저가 공세에 HBM도 감감무소식

  • 미·중 분쟁에 물류비 '불똥'…불확실성 심화

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수출 성장에 큰 기여를 해온 전자업계가 지난해 막바지에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의 추격이 기간산업을 넘어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까지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12·3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까지 겹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분기 대비 각각 5.18%, 29.19%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기대치인 7조원대를 한참 밑돌았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악화의 주 요인으로는 반도체 사업 부진이 꼽힌다. 스마트폰과 PC 등 메모리 주요 수요처인 IT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적자 확대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ASP) 모두 가이던스 대비 부진했으며 파운드리 적자 폭도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은 중국의 공급과잉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생산능력(CAPA)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11%를 기록하며 3위 마이크론(18%)을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중국산 공급이 늘어나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D램 가격은 7~13%, 낸드플래시 가격은 10~15%가량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사업의 돌파구가 될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지지부진하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10개월 넘게 소식이 묘연한 상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삼성전자의 HBM과 관련해 "현재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도 TSMC를 추격하기는커녕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매년 1%포인트(p)씩 떨어져 올해는 9%에 그치는 반면 TSMC는 66%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도 미국 상무부의 엔티티 리스트에 등재돼 미국 기술 도입이 제한됐음에도 7나노 양산에 성공하는 등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수주 부진 등으로 국내에 이어 미국 투자도 속도조절을 하며 '숨 고르기'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승승장구했던 LG전자도 4분기 매출 22조7775억원, 영업이익 1461억원의 성적표를 발표하면서 전자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이며, 시장 컨센서스인 3970억원의 절반도 못 미쳤다.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을 제외한 별도 실적 기준으로는 적자를 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도하고 있는 생활가전과 TV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글로벌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재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對)중 관세 공격에 대응한 중국의 보복으로, 이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물류비 리스크는 더 심화될 우려도 나온다. 도원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주요 해외 선사들이 중국에서 물량을 모두 채워 한국에 정박하지 않는 '한국 패싱'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과 별개로 선복 확보 자체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쌓이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한국 성장률을 1.7%에서 1.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JP모건 측은 "수출이 견조한 반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정치·정책 불확실성으로 급락하는 등 내수 부문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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