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도매대가 절반 인하…정부 "이통사와 차별화된 자체 요금제 만들어야"

류메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 및 신규사업자 정책 관련 연구반 논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동통신사에게 지불하는 통신망 비용인 망 도매대가를 기존 대비 최대 절반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월 1만원대에 5세대 이동통신(5G) 20기가바이트(GB) 요금제 출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MB당 1.29원→MB당 0.62원) 낮추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도매제공 대가 산정에 제공 비용 기반 방식을 도입해 종량제(RM) 데이터 도매대가를 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 인하한다.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의 데이터 도매대가 인하다. 또 알뜰폰 업체가 1년에 5만테라바이트(TB) 이상 데이터를 선구매하면 도매대가의 25%(SKT 기준)를 추가로 할인받는 대량구매 할인 제도를 신설했다. 여기에 월 단위 대량구매 할인율도 13%에서 18%로 높여 이들을 적용하면 52% 할인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도매대가 인하가 본격 적용되면 이동통신 사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0~30기가바이트(GB) 구간대까지 알뜰폰 자체 요금제 출시가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1만원대 20GB 5G 요금제까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익배분(RS) 방식은 기존 이동통신사가 구성한 요금제를 염가에 재판매하는 방식인 만큼, 이번에 도매대가가 낮아진 RM 방식을 통해 알뜰폰사들이 통신사와 차별화된 자체 요금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도매대가 인하로 월 10~30GB 정도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을 주로 공략하는 저렴한 요금제를 구성할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다만 통신사의 정책에 상당 부분 좌우되는 알뜰폰 시장의 전반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도매대가 인하만으로 자체적인 요금제가 활발히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현재 알뜰폰 요금제 중 RS 방식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는 거의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량구매 할인 제도 역시 실제 최대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형 알뜰폰 업체의 연간 데이터 사용량은 1만TB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그나마도 대부분은 이보다 더욱 적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 5만TB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단순 계산으로 약 20만명의 가입자가 매달 20~30GB의 데이터를 꾸준히 써 줘야 하는데 이 조건을 만족하는 알뜰폰 사업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