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암울한 경기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 10·11월에 이어 3연속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많았지만 결국 환율 등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주안점으로 삼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금리는 경기뿐 아니라 여러 변수에 영향을 주는데 이번에는 환율 등 대외 불균형과 불확실성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과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계엄 사태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 대비 더 올랐다"고 부연했다.
고환율 지속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3개월 새 수입물가가 5.6%나 뛰면서 후행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재는 "물가 걱정이 크다"며 "환율이 1470원대로 유지된다면 올해 물가 상승률이 예측했던 1.9%보다 0.15%포인트 올라 2.05%가 될 것"이라며 "국제유가도 같이 오르면 임팩트가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다음 달에는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한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를 제시했다. 환율만 안정되면 언제라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다.
다음 달로 예정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도 함께 내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11월 전망치인 1.9%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계엄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2%를 밑돌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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