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화 전문가인 박상철 전남대 교수는 “고령화 과정에서 컨피던트 에이징을 이뤄내려면 목표로 해야 할 세 가지 바이오로지컬 베이시스(생물학적 기초)가 있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기초의 세 가지 목표
첫째는 모빌리티, 즉 활동하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모빌리티는 단순한 신체적 이동 능력을 넘어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근간이 된다. 노인의 활동 반경이 제한되면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급격히 저하될 수 있으며,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상용 보행 보조 기기(엑소스켈레톤)와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는 미래에는 고령인의 모빌리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나는 움직인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필자는 대한노년근골격학회 회장 재임 중 2024년 가을학술대회 주제로 이데카르트적 명제의 현대적 재해석을 제안했다. 이는 이동성이 단순 물리적 기능을 넘어 노인 독립성, 존엄성, 삶의 질을 지탱하는 초석이자 인간 존재의 근원적 표현이라는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학회에 모인 석학들은 발표와 토의를 통해 집단지성을 모아 이동성이 신체적 영역을 넘어 정신 건강과 사회적 참여로 확장되는 총체적 개념임을 확인했다.
셋째는 이뮤니티, 즉 면역력이다. 면역 시스템은 노화 과정에서 점차 약화하는데, 이는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만성 염증 상태를 초래해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뮤니티를 갖기 위해 유전자 환경 작용을 통한 호르메시스(적정자극효과)가 중요하다.
적절한 운동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고령인들은 신체적인 제약으로 충분한 운동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엑소스켈레톤은 고령인의 근력과 지구력을 보완해 보행 능력을 높이고, 낙상을 예방하며,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려 모빌리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준다. 이는 단순 이동성의 회복을 넘어 노인들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인다. 또한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며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통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총체적 효과를 가져온다.
엑소스켈레톤, 신체 기능 회복‧증진에 도움
산업용 기계 전문 기업 ‘엑소 바이오닉스’의 엑소NR, ‘리워크 로보틱스’의 리워크 퍼스널 6.0, ‘사이버다인’의 HAL 시리즈 등 첨단 엑소스켈레톤은 사용자의 자율적인 움직임을 지원하고 뇌와 기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체 기능을 회복 및 증진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미래에는 사용자의 신체적 특징, 건강 상태,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엑소스켈레톤이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엑소스켈레톤에 탑재된 AI는 사용자 움직임, 주변 환경, 건강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보조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계단을 오르내릴 때 엑소스켈레톤은 사용자의 근력과 균형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힘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뇌파를 이용해 엑소스켈레톤을 제어하는 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생각만으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엑소스켈레톤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에게 더 큰 자유와 독립성을 제공할 것이다. 엑소스켈레톤에 증강 현실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훈련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재활 훈련 중에 엑소스켈레톤은 사용자에게 올바른 자세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동작 범위를 실시간으로 확인시켜 줄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2024년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극적으로 입증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워크온슈트F1'은 단순 경기 우승을 넘어 미래 고령인과 장애우들을 위한 모빌리티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줬다. 워크온슈트F1은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도 착용 가능한 전면 착용 방식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앉기, 서기,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다양한 동작을 지원하며 정밀한 제어 기술로 사용자 의도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뛰어난 균형 유지 기능으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개인별 맞춤 설정을 통해 최적화된 보행 경험을 제공했다. 또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착용감을 개선하고 피로도를 줄였다.
이러한 기술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차세대 엑소스켈레톤은 AI와 사물인터넷(IoT)를 결합해 사용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인화된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양자 나노섬유를 활용한 더 가볍고 자연스러운 디자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한 더 직관적인 제어, 자율주행 기술과 통합을 통한 이동성의 혁신적 확장이 예상된다.
자율주행, 고령화 모빌리티 해결 핵심
자율주행 기술 발전은 고령화 시대에 모빌리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고령 운전자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딜레마는 운전 능력 저하와 이동의 자유가 충돌하는 것이다. 시력 감소, 반응 속도 저하, 인지 기능 변화로 인해 많은 고령자들이 운전면허를 반납하게 되며, 이는 곧 그들의 독립성과 사회적 참여 기회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단은 노인의 우울증 위험을 63% 증가시키고, 사회적 관계망을 평균 51% 감소시키며,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외나 농촌 지역 노인들에게 이러한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자율주행차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현대자동차의 'IONIQ 케어' 시스템은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차량 내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은 탑승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심박수, 호흡,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응급 상황 대응 기능이다. 건강 이상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경로를 변경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테슬라의 'FSD(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은 AI 기반 경로 최적화를 통해 시니어 특성에 맞는 주행 패턴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시니어 탑승자는 급격한 가감속을 피하고,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보다 여유로운 경로를 선택하는 등 맞춤형 주행을 제공한다.
주요국의 자율주행 정책도 고령화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정자율주행차' 제도 도입이다. 고령자가 많은 지역에서 자율주행 셔틀 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2021년 세계 최초로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 법안을 제정했으며, 특히 교외 지역 노인 이동권 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도 2025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이후 대체 이동수단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핵심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엑소스켈레톤 기술과 통합해 차량 승하차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토털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는 이동 공간을 넘어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며, 이는 고령자들의 사회적 관계와 활동 패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이동 중에도 원격 의료 상담, 교육 프로그램 참여, 화상 가족 모임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엑소스켈레톤+자율주행, 시니어 활동 반경 획기적 확장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과 엑소스켈레톤의 융합이 만들어낼 시너지다.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엑소스켈레톤이 자동으로 활성화돼 승하차를 돕고 목적지까지 보행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 끊김 없는(Seamless)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시니어의 활동 반경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키고, 보다 능동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2030년이 되면 이러한 기술들이 보편화돼 ‘모빌리티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나이나 신체적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이가 동등한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특히 농촌 지역이나 의료 취약 지역 시니어들에게 이러한 기술의 보급은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위한 과제로는 기술 접근성의 형평성, 개인정보 보호, 세대 간 디지털 격차 해소가 있다. 그러나 엑소스켈레톤과 자율주행 기술의 융합은 컨피던트 에이징을 실현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는 모빌리티, 코그니션, 이뮤니티라는 세 가지 바이올로지컬 베이시스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노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 삶의 질 향상을 넘어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자신감을 가져라(Be confident)’는 이제 기술과 인간성이 조화롭게 융합된 새로운 노화 패러다임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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