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외국인 유학생' 국내 정착과 취업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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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입력 2025-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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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로 '용광로(melting pot)' 또는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라고 불리고, 지금도 매년 외국에서 이민자와 유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에 오는 외국인 유학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합하여 112만6690명에 이른다(미 국무부 교육문화국과 국제교육연구소 발간 '2023-24학년도 외국인 유학생 현황보고서'). 이들의 전공별로는 엔지니어링, 컴퓨터공학, 수학 등 이공계 전공자가 절반을 넘어 미국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은 단일민족 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겨왔으나 근래에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하여 외국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2024년에 다인종·다민족 국가로 진입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도 증가하여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4년 4월 1일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만8962명이다. 이 중 어학연수생 등을 제외하고 학부와 대학원 석·박사 과정 재학생은 14만5778명이고 92.4%가 자비 유학생이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교육의 질적 수준을 증명하고, 외화 수지에 기여하는 것을 보여준다.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한 것은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고, 한국 기업의 활약과 K-드라마와 K-팝 등 한류 덕택에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 1월 6일 작년 5개 시도에서 개최된 외국인 유학생 취업박람회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향후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관리 방향에 시사점을 준다. 응답한 외국인 유학생 1207명 중 42.5%는 취업 계획 국가로 ‘한국 취업에만 관심 있다’고 했고, 45.5%는 ‘한국 또는 본국 취업’을 희망하여 응답자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기업에 대한 정보 취득, 취업 절차 준비 및 사증 정보 취득을 어려워하므로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해줘야 할 것이다. 한편 설문조사에 응한 98개 기업이 외국인을 채용하는 이유에 대해 57%는 ‘국내 인력 채용이 어려워서’, 22%는 ‘조직 내 인재 다양성을 위해’, 17%는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해’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향후 5년간 외국인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5.3%가 ‘그럴 계획이 있다’고 응답하여 외국인 채용은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비(非)유학생 외국인보다 유학생을 선호한다는 긍정 응답이 약 62%를 차지한 것으로 볼 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상당 기간 경험한 외국인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기업 취업에 대한 전망이 밝은 편이지만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 취업을 원해도 경직된 사증 정책과 기업 정보 부족 및 각종 제약으로 인해 실제로 취업하는 경우는 아직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중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 내 기업에 취업한 외국인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이 유학생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채용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지방 기업은 빈 일자리가 많지만 구인난은 심각하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은 2027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전문 인력이 4만3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제약은 교육 분야에서도 볼 수 있다. TESOL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함께 TESOL 자격증을 취득하여 국내 학원 등에서 강사나 영어보조교사를 하고 싶어도 취업 사증이 걸림돌이다. 법무부 회화지도 사증(E-2) 발급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외국인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7개국, 즉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에 한하고, 기타 국적자는 TESOL 자격증이 있어도 우리나라에서 영어 강사로 취업할 수 없다. 따라서 E-2 사증 발급 기준 개정 외에도 유학생이 전공 분야에 맞게 취업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해야 한다.

심각한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을 반영하여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를 발표했다. 이 정책은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시대를 열어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한민국 소멸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이 정책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이자 이민 정책이기도 하다. 우리 문화와 제도에 상당히 적응된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에서 취업하여 정착하면 대한민국에 소중한 자원이자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으므로 국내에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 지원에서 진일보하여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학사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수한 인재는 유치하지 못하면서 불법체류자만 양산하는 우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 실시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통해 비수도권에서 공부한 유학생이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에 취업하여 지역 소멸 위기 타파에 역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유학생이 국내에 취업·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 각 부처가 각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각각 사증 발급 기준 개정, 취업에 관한 정보 제공,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 사업, 유학생 전용 채용 연결 플랫폼 구축·운영 등을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

셋째, 외국인에 대하여 출신 국가와 피부색에 따른 편견 등 우리 국민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국내에서 공부한 유학생은 능력과 자격증을 갖췄으면 차별 없이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반영하여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에 취업하고 정착하여 인재 부족 문제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란 용광로에 녹아들기를 바란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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