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한국경제에 뿌리 박힌 '극우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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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5-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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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이 사상 초유의 사법부 점거 난동 사태를 불렀다. 두 사태를 연결하는 공통의 고리는 ‘내란수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비협조적 버티기이다. 윤석열 정부는 2년에 걸친 ‘전임 정부 뒤집기 및 뒤집어씌우기’와 ‘시행령 정치’를 통한 삼권분립 흔들기를 취임과 동시에 시작함으로써 작금의 사태를 예고했다. 두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 요구’나 ‘모호한 중립’을 견지하여 경제 안정의 조기 회복을 간적접으로 꾸준히 방해해 왔다. ‘경제 안정’ 메시지가 탄핵 이전 상황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지, 탄핵 상황의 조기 종식을 의미하는지 분명치 않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공권력의 집행도 강력하게 촉구하지 않음으로써 정부기관은 물론 민간 경제주체들에게 불확실성을 강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불법 선동에 권한대행의 업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급기야 내란세력의 대한민국 헌정질서 흔들기는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 인용마저 거부할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내란이 내전으로 진화하기 직전이다.
‘정치적 불안’에 대한 최성묵 권한대행의 양비론적 접근을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의 모호한 “국가신인도 하락 우려”로 뒷받침하는 것은 경제위기의 심화·숙성과정을 조절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환율, 국가신인도 등에서 발생하는 내란의 경제적 비용 역시 최소화하려는 의지보다는 차기정부와 국민부담으로 떠넘기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경제위기의 심화와 더불어 가속적으로 몰락하는 자영업자의 회생마저 이제는 ‘지갑이 비어 있는’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1월 27일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설 연휴를 연장하는 명분이 내수활성화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었던 박근혜 정부보다 더 인색하다. 내수진작을 위해서 휴일연장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소득증대인데 최상묵 권한대행의 선택은 ‘신발 신고 발바닥 긁기’이다.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동산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처방 역시 ‘가계대출 폭탄’의 심지를 다시 태우면서 마음 졸이는 것과 같다. 국민경제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수출정책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구호로 집약된다. 의욕에 비해 실적이 미비하고 특히 네이버가 투자한 일본 라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탈취 시도에 윤석열 정부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신종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재생에너지(RE)100’에 대해서는 오히려 역주행함으로써 반도체 등의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수출은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라기보다 기업 수출이며 이는 곧 ‘국민소득 수출’이자 ‘일자리 수출’이었다. K방산 수출은 물론 체코원전 수출은 여기에 더하여 ‘세금 수출’의 새로운 기록이 우려된다. 원전 수출에서 가격은 물론 체코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가장 유리한 금융조건”의 실체, 체코 정부의 지급보증 여부, 한국 정부의 무모한 경제협력 약속 등 ‘손해 보는 장사’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협상결과를 비밀에 부치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에는 이윤의 관점에서 이러한 기업 수출이 국내투자와 무차별적일 수 있으나 한국 경제에는 활성화냐 공동화냐를 가르는 상반되는 선택이다. 국민경제의 희생 위에 대기업의 이윤극대화에 집중하는 극우적 선택이다.
한국 경제의 기업국가 경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다양한 차원에서 왜곡하고 있다. 가장 적나라한 경제적 극우의 요소는 노동 적대적인 관행과 이데올로기이다. 노사협력은 이제 구호마저 사라지고 노동배제적 관행이 한국자본주의의 정상적인 특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3권은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불순한’ 권리로 간주되는 경향이 ‘보수를 참칭’하는 극우세력 내에서는 공고하다. 노동자의 파업권은 ‘손해배상소송’에 의해 억압되고 있다. 지하철노동자의 파업에는 ‘시민 불편’을 호소하는 편파적 언론보도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뒤따른다. 시장경제의 차원에서는 소비자주권이 원칙에 걸맞게 보장되지 않고 있다. 취약한 소비자보호는 기업의 소비자 중심 사고를 무디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집회 및 시위가 시민의 당연한 정치적 권리이듯이 불매운동 역시 소비자주권의 당연한 발로로 받아들여져야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불법행위로 치부되고 있다. 시장정보의 비대칭 상태에서 소비자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정보공유 방식의 하나로 불매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합법화된 기업범죄’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사유재산권의 보장은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절대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는 단서조항이나 “공공복리에 적합한 권리 행사”에 관한 ②항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극우정당에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몰려 있는 현상이나 사법부 판결에서 드러나는 기업편향성은 사법정의의 구현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다.
정권교체로 들어설 새 정부가 대외경제정책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한국이 전쟁 ‘수출’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미국과 일본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굴종적인 저자세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를 맞이하여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단명과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미국우선주의’에 맞서 ‘한국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냉철한 협상을 벌일 정부를 선택할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도 행운의 가능성이다.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서는 사안별 방식보다는 패키지 방식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의 현대화를 위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에 주목해서 방위비 협상이나 관세 협상에서 일괄타결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유화적 자세는 대북 제재로 북한을 ‘냉동식품’처럼 보관하기보다 일단 ‘해동’해서 미국의 통제하에 활성화하는 것이 미국에 더 큰 이익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의 핵심이 중국 견제라면 북·중·러 연대를 이완시키고 북한에서 제한적인 실익을 취할 수 있는 선택으로서 북한 희토류 개발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욕이 희토류 때문이기도 하다면 북한 희토류도 북한 붕괴라는 극우적 선택을 교류협력의 국민적 선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트럼프와 푸틴의 친분이 맞물려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완화된다면 한국과 러시아도 전쟁이라는 극우적 도박에서 벗어나 경제협력의 복원과 확대의 평화적인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우선주의와 한국의 경제적 이익이 러시아에서 향후 천연가스 수입을 놓고 충돌할 우려는 ‘수입처 다변화’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극우적 행태와 제도의 관행화는 극우적 시민의식의 일상화를 초래하고 있다. 종교를 표방한 일부 극우단체 등에 뿌리내린 소수자에 대한 차별, 다양한 형태의 권력관계(갑질)와 각종 폭력의 일상화 등 민주적 공동체를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한 단호한 대응만이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헌법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로 이해한다면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스스로 공동체를 이탈하는 행위로서 일종의 ‘자기배제’를 의미한다. 민주적 공동체는 민주적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초과이익’을 달성하려는 개인과 집단의 제재와 배제를 운영원칙으로 한다. 한국에서 극우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뿌리내리고 있으며 극우경제는 극우정치에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보수’ 대통령 3인의 연속적인 사법처리가 시사하는 바는 극우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존속시키면서 극우정치를 철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이다.
 
 
김호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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