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안감이 높은데 글로벌 불확실성이 추가로 시장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비상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며 '트럼프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20일(현지시간·한국시간 21일 새벽 2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한 비상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사의 외화유동성, 기업의 우발채무 등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계획을 마련하고 불안 확산 시 시장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 재점검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간부회의에서 트럼프 출범 이후 시장 변동성을 핵심 안건으로 논의했다. 미국 경제가 우리나라 증시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국내 금융시장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일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 참석해 불안 확산 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특히 트럼프의 관세 발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관세 부과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왔다. 중국향 수출량이 많은 국내 경제구조 특성상 그가 보편관세 20%, 대(對)중국 관세 60%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환율과 물가 등이 즉각적으로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트럼프 재당선 직후 주가와 환율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12일 코스피는 2500선 아래로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을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빠르게 이뤄지면 환율 1500원 돌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외에도 △불법 이민 관련 행정명령 △대중국 규제 강화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관련 조치 등이 행정명령으로 발표되면 위안·달러 환율과 물가, 미국채 금리, 유가의 변동폭이 커지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당국의 미세조정과 탄핵정국 안정 기대감으로 원화 약세 속도가 진정됐으나 여전히 주요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1500원대 환율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트럼프 신정부 취임 이후 리스크 회피 심리는 진정되겠지만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