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려아연 집중 투표제 제동...경영권 분쟁 결국 표 대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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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김정훈 기자
입력 2025-01-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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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 인용

  • 임시주총서 집중투표 통과해도 이사 선출 반영 안돼

  • 결국 임시주총 '표대결'로 경영권 분쟁 판가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제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제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과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MBK·영풍이 앞서 제기한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 마지막으로 꺼낸 ‘집중투표제 도입’ 카드가 제동이 걸리며 경영권 분쟁은 결국 주주총회 표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 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영풍의 이번 가처분 신청은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지난해 12월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이사 선임 안건 수에 맞춰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본래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의의가 있다.

최 회장 측은 그동안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현재 MBK·영풍 측의 지분율은 40.97%(의결권 46.7%)로 과반에 육박하는 데 반해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쳐도 34.24%(의결권 기준 39.16%)에 불과해 이사회 장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 줄 수 있어 최 회장 측 소액 주주들이 보유표를 집중한 뒤 MBK·영풍 측이 원하는 이사들의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의 이사 후보 수는 총 21명(고려아연 7명·MBK 14명 추천)이다. 고려아연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에게는 총 21개의 의결권이 주어지며, 이를 소수에게 몰아주거나 분배해 투표할 수 있다. 특별관계인 53명을 보유한 최 회장 측에겐 유리한 제도다.

이에 MBK·영풍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법원에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MBK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최윤범 회장의 자리 보전 연장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한 유미개발이 최 회장 일가의 회사라는 점도 도입 반대 근거로 들었다.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고려아연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방식이 아닌 일반투표 방식으로 이사들을 뽑아야 한다. 업계에선 일반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이 진행됨에 따라 46%가 넘는 의결권 지분을 가진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재 MBK·영풍 측도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고 우리도 과반 확보가 확실치 않은 상황으로 각 이사가 얻는 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남은 주주들을 설득하며 적대적 M&A 시도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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