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연초부터 자산 유동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0일 진행한 계열사 사장단 회의(VCM)에서 강도 높은 ‘쇄신’과 ‘혁신’을 강조했다. 또한 위기를 타개할 구체적인 방안으로 그룹이 가진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선택과 집중'을 제시했다.
신 회장의 지시에 주요 계열사들은 경영 전략을 빠르게 수정하고 있다. 식품군에서는 롯데웰푸드가 수원, 부산, 증평에 위치한 생산공장의 제빵사업 부문을 통매각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통합하면서 출범했는데, 생산시설 중복 이슈로 일부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유통군에서는 백화점과 마트가 점포·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하위권 점포에 대해 매각과 폐점을 포함한 점포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부산 센텀시티점을 비롯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의 매각을 추진하고 15년 만에 자산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 후 재임대 점포인 롯데백화점 분당·일산·상인·포항·동래 등 5개점은 건물주인 캡스톤자산운용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면세점 역시 중국인 따이궁(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따이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 중국·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하는 보따리상을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이어지자, 과감하게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군에서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국내 렌터가 업계 1위 업체 롯데렌탈 지분 56.2%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렌탈 지분의 매각 금액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 화학군인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신용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롯데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했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동성 위기를 없애기 위함이다. 전문가들 역시 롯데그룹이 매각한 자산을 바탕으로 추후 캐시카우를 마련해야 유동성 위기에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성장동력 사업으로는 바이오가 꼽힌다.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유열 미래성장실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신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VCM에서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 만큼, 롯데의 자산 매각 움직임은 올해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비주력 사업부는 빠르게 정리하고 바이오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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