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현직 대통령 최초로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해 직접 변론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에 대한 경고 차원이었지 포고령을 집행할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사건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국회 측이 공개한 계엄군 폐쇄회로(CC)TV를 본 후 "군인들이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 스스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방송으로) 계엄 해제 결의를 보고 있었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했다.
특히 추가적 계엄 시도와 국회 비상계엄 의결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국회 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이라며 “만약 무리를 해서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한다고 해도 국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아주 신속한 결의를 했다”며 “그렇지만 전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국가비상입법기구'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의했다. 차기환 변호사가 "예정돼 있지 않다"며 한 차례 저지하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 의지로 직접 답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준 적도 없다.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기사에서 봤다"고 답했다. 문 권한대행이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58분께 대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짙은 색상의 양복 차림으로 출석했다. 방청석 기준 우측 피청구인석에 앉았다. 문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당사자 출석 여부를 묻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착석했다.
본격적인 심판에 앞서 발언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업무 과중하신데 탄핵 사건으로 고생하시게 해서 먼저 재판관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철들고 난 이후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며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확고히 갖고 살아왔다"며 "헌재도 이런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재판관님들이 여러모로 살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필요한 상황이거나 질문 있다면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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