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칼럼] 트럼프 2.0, 과도한 공포심도 방심도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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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 2025-01-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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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트럼프 시대 미국은 “중동과 중국”이라 불러야(?)

'위대한 미국건설(MAGA)'을 위한 거대한 발대식이 열렸다.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총알을 맞고도 살아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구원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신의 구원이 미국의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4년 뒤에 봐야 안다.

중국을 혼내 주고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 노래를 불렀던 취임하면 바로 대중국 보복관세 60%를 때리겠다는 공약은 언급도 없었다. 취임식 다음날인 1월 21일 트럼프 집권의 최대 피해자일 수 있는 중국의 상해증시는 보합으로, 심천증시는 소폭 상승으로 끝났다.

4차산업혁명 AI시대에 트럼프 대통령은 1인당 소득 8만2000달러의 나라에서 제조업 부활을, 그리고 공업화로 인한 화석연료의 저주로 전 세계가 이상기온으로 고통받는데 석유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와 가스 증산으로 물가를 낮추고 전 세계로 수출해 부유한 국가가 되는 에너지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제조업은 인건비 싸고 소득수준 낮은 중국 같은 나라가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깨부수고 에너지는 중동의 사막이 아니라 미국의 셰일 에너지라는 것을 강조했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은 빅테크 강국이 아닌 제조강국 중국, 에너지강국 중동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살아 있는 '주식투자의 신(神)'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미국의 빅테크 대표기업 애플 주식을 팔고 현금 비중을 역대 최대로 높이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CEO들이 거액의 기부금까지 내면서 트럼프 취임식에 눈도장 찍으러 갔는데 세계 최고의 AI 반도체 회사이고, 세계 시총 2위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워싱턴이 아니라 베이징을 갔다. 정치가 아니라 시장이 중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취임에 비추어 본 워런 버핏의 테크 비중 축소, 젠슨 황의 중국 방문은 의미심장하다.


생선을 자주 뒤집으면 먹을 것이 없다?

취임식 직후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리스트가 나왔다. 42개에 달하는 광범위한 각종의 행정명령이 나왔지만 그중 하이라이트는 1번, 바이든 정부가 실시한 78개 행정명령을 일괄 철회한 것이다.

생선을 구울 때도 자주 뒤집지 말라고 한다. 자주 뒤집으면 생선살이 다 떨어져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생선 하나를 구울 때도 신중하게 하는 것이 정상인데 세계의 리더이자 세계 최대국가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루 만에 홀랑 뒤집으면 그 피해는 모두 기업들과 국민들 몫이다. 그리고 4년 뒤에 만약 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뀐다면 또 홀랑 뒤집어질 판이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를 시작으로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까지 줄줄이 중국을 좌초 시키는 정책을 썼지만 중국은 좌초 되기는커녕 더 강해졌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 현상은 정책 실행에 있어서 가장 나쁜 사례다.

미국 대비 중국의 GDP는 2012년 오바마 대통령 때 53%에서 2024년 바이든 대통령 때 64%로 11%p나 커졌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계속 성장한 이유의 7할은 미국의 헛발질 때문이다. 오바마의 정책을 트럼프가 홀랑 뒤집고, 트럼프 정책을 바이든이 홀랑 뒤집은 덕분에 중국은 이런 미국의 허점을 뚫고 계속 성장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2020년 미국산 제품을 구매해 중국이 대미흑자를 2000억 달러 줄이는 1단계 무역합의를 했지만 중국은 57%만 이행하고 중단했다. 하지만 2021년 취임한 바이든은 중국에게 트럼프와의 무역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중국은 지금 바이든 때문에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 있다. 시진핑은 반도체를 인체의 심장에 비유하면서 심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바이든의 반도체 통제의 고통을 에둘러 표현했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반도체 국산화를 통해 미국의 기술압박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식으로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1번 정책이 또 바이든 정책 지우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기술전쟁이 아닌 4년전 1기 정부 때 이미 실패로 끝났던 무역전쟁, 관세전쟁을 다시 벌여 복수혈전을 꿈꾸고 있다. 미국의 대중정책에 또 '샤워실의 바보'가 나타날 판이다.


야망과 실행력은 다르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역사책을 펴 보라고 한다. 트럼피즘 2.0은 공약 그대로 실행된다면 전 세계에 재앙이다. 그러나 말 많은 트럼프 1기 때 공약 실행률은 23%에 불과했다. 5개 중 1개만 실행했다는 얘기다.

표심은 논리와 합리가 아니라 집단의 이익에 부합하냐 마냐로 결판난다. 방송인 출신 트럼프, 대중의 마음을 읽는 데 선수고 그것이 바로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다. 트럼프 공약, 어젠다(Agenda)47과 대선 중에 언급한 많은 정책들은 서로 앞뒤가 안 맞는 것이 부지기수다.

'거래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의 3대 어젠다, 'America First'는 이미 1914년에 등장한 구호이고, 'MAGA'는 1980년 레이건이 써먹은 공약이고 '보편관세' 역시 1971년 닉슨이 썼던 구호이다. '카피의 기술'로 당선된 트럼프, 무역적자 축소를 대표상품으로 내걸었지만 1971년 닉슨 대통령 이후 2024년 바이든까지 미국의 무역적자는 줄어든 적이 없다.

대통령의 야망과 실행력은 다르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를 내세워 대대적인 정부개혁을 얘기하지만 어공은 늘공을 못 이긴다.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의 트리플 크라운이 독이다.

2년 뒤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중 하나만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트럼프는 바로 레임덕이 와 2년짜리 대통령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정부기구 개편과 인력해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불복한 공무원과 노조가 소송하면 최소 1~2년은 그냥 간다.

트럼프 정부, 시작부터 요란하다. 빈 깡통이 항상 소리가 크다. 트럼피즘 2.0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도 방심도 금물이다.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가 한 말이다.

바이든 스타일의 우방, 동맹, 가치에 기댄 동정심 외교는 물 건너갔다. 이미 한국은 '마러라고 줄서기'의 골든 타임은 놓쳤다. 안개가 자욱해 앞이 안 보일 때, 늦었다고 과속하면 사고 낸다. 줄 건 주고, 대신 때를 기다리며 철저한 실리추구만이 답이다. 굶주린 맹수에게 먹이를 아끼면 물려 죽는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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