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IRA 폐지·중국공세 '3중고'에 웃지못하는 현대차..."위기 시나리오로 총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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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권가림 기자
입력 2025-0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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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동차
[사진=현대차동차]

현대차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을 올렸음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당면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에서는 전기차 캐즘, 고금리에 따른 판매 둔화, 중국 저가 전기차 공세 등에 직면해 있고, 해외에서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미국의 보편관세, IRA 폐지 등 각종 불확실성에 노출됐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보수적으로 책정함과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하이브리드차(HEV) 비중을 높여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판매 둔화, 북미 시장·친환경차로 방어...합산 매출 280조 시대 성큼

23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증가는 하이브리드,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확대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및 금융 실적 개선 등이 원인이다. 다만 판매보증충당금과 인센티브 증가 등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로 연간 최대 실적 경신에는 실패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환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여파로 6.1%에 그쳤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 14조2396억원, 영업이익률은 8.1%로 집계됐다.이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종전 최대였던 2023년 성적(매출 162조6636억원·영업이익 15조1269억원)보다 매출은 7.7%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106만 6239대로 전년동기대비 2.2%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경기 상황 악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폭설로 인한 공급 차질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4.6% 감소한 18만9405대가, 해외에서는 북미 시장 판매량(29만4384대)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럽, 중국 등의 수요감소로 전체 판매량이 1.6% 줄어 87만6834대가 판매됐다.  
 
다만 친환경차 판매는 선방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은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북미 지역 SUV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로 전년대비 21% 늘어난 20만9641대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14만 5732대, 전기차 5만 3035대 등이다. 연간 글로벌 판매량(414만1959대) 가운데 친환경차 판매량은 75만7191대로 전년대비 8.9% 늘었다. 전기차 21만8500대, 하이브리드 49만 6780대 등이 팔렸다.

24일 실적을 발표하는 기아는 지난해 3분기에 이미 연간 목표를 뛰어넘었다. 증권사가 추산한 기아의 4분기 매출액은 26조6849억원, 영업이익은 2조8096억원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9.7%, 영업이익은 14%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른 기아의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06조9393억원, 영업이익은 12조7754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7.1%, 영업이익은 10.3%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 기아의 합산 매출액은 약 280조원, 합산 영업이익은 약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2024년 기말 배당금을 주당 6000원으로 결정했다. 2024년 연간 배당은 1∼3분기 배당 합계 6000원을 포함, 전년 대비 5.3% 증가한 주당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인 '배당성향 25% 이상 설정'에 따른 배당액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보편 관세, IRA 폐지 등 불확실성 가득...위기별 시나리오로 대응

다만 올해는 각종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고 캐나다·멕시코에 다음달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하면서 판매량이 위축될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현대차그룹은 7500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자체적으로 지급해가며 차를 파는 동시에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바꿔야 한다. 기아의 경우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15만대를 미국에 수출하는 만큼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동남아, 중동, 유라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수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중국도 위협이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 대수는 585만9000대로 전년 대비 19.3% 늘었다. 친환경차 수출은 6.7% 증가한 128만대로 유럽이나 호주 같은 선진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현대차그룹과 일본, 독일 브랜드 점유율을 야금야금 빼앗아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늘려 내연기관차, 전기차, 하이브리드 생산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현지 메이커인 GM과 일본, 유럽 업체들과 공동으로 멕시코산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IRA 보조금을 폐지하려면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빨라도 9월부터일 것이고, 이미 아이오닉5, 아이오닉9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는 경쟁사보다 캐나다, 멕시코 생산 비중이 낮고, 미국 현지 생산체제도 잘 구축된 편"이라면서 "특히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전기차를 동시에 생산 가능한 멀티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에 IRA 정책이 폐기가 되고 미국이 보편관세를 부과해도 70~80% 이상은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내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워싱턴 사무소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하는 등 현지 정부와의 관계 강화도 꾀하고 있다. 신흥시장선 현지 맞춤형 차로 중국산에 맞대응한다. 인도에서 소형 전기 SUV인 크레타 EV를 출시한데 이어 현지 수요가 높은 삼륜차 양산도 검토할 예정이다.

다음달엔 유럽서 다목적 차(PBV), EV4 출시와 EV3 수출을 본격화하며 현지 경기침체 분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말레이시아도 올해 현대차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 중반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스타리아를 위탁생산하고 향후 라인업을 중대형 SUV 및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확대해 일본이 점유한 시장도 겨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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