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자동차 판매의 40%에 육박하는 하이브리드(HEV) 시장을 놓고 완성차 업체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지친 완성차 업체들이 '멀티 패스웨이'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시와 함께 본격 가격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토종 브랜드들은 내연기관과 거의 동일한 가격대에 하이브리드를 내놓는가 하면 수입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최저가를 도입하며 양보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11일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국내 판매량(136만4750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36만1151대로 전체의 26.5%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20%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1년 10.4%, 2022년 13.2%, 2023년 19.5%로 5년 연속 꾸준히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하이브리드 등록대수는 1월 4만1837대, 2월 4만4734대, 3월 4만9294대, 4월 5만2811대, 5월 5만2232대 등 총 24만908대로 지난해 같은기간(1~5월, 20만2118대)과 비교해 19.2% 증가했다. 올해(1~5월) 등록된 신차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34.7%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하이브리드는 풀하이브리드(F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등으로 나뉜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탑재돼 필요에 따라 독립적인 구동이 가능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기차와 거의 비슷해 친환경차로 분류된다. 하이브리드가 인기인 이유는 기존 내연기관과 비교해 연비가 좋아 유지비가 낮기 때문이다. 차량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도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실제 KG모빌리티(이하 KGM)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3695만원으로 책정했다.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를 콘셉트로 출시됐다. 직병렬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해 전기 구동과 배터리 충전을 동시에 수행해 전기차와 유사한 주행 경험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전용 듀얼 모터 변속기 e-DHT는 전기차(EV), HEV, 엔진 구동 등 총 9가지 주행 모드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환해 도심 주행 시 전기 모드로 94%(CVS-75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국내 하이브리드 모델 중 가장 큰 1.83kW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했으며, 저전압 배터리는 BMS 일체형 LFP 배터리 적용으로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경제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복합 연비와 도심 연비는 20인치 휠 기준 각각 15.0km/ℓ 및 15.6km/ℓ에 달한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이달 푸조의 3세대 SUV 3008을 국내에 8년 만에 들여오면서 2017년 가격과 동결했다.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스텔란티스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STLA 미디엄'이 최초로 적용된 모델로 디자인과 공간, 파워트레인, 디지털 기술 등이 대폭 업그레이드됐지만 국내 가격은 글로벌 최저가인 4990만원대로 책정했다. 동일한 시기에 출격한 일본보다도 가격이 약 40% 저렴하다.
회사 관계자는 "내외부 디자인 업그레이드, 최신 전장 장치 탑재, 환율 등 다양한 원가 상승 요인이 많아 글로벌 본사에서도 고민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한국에 들여올 수 있었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볼보코리아도 최근 준대형 하이브리드 SUV 'XC90'을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신형 XC90의 국내 출시 파워트레인은 △1회 충전 시 최대 56km까지 순수 전기모드로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와 △최고 300마력 출력의 가솔린 기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B6) 두 가지로 제공되며, 모두 제2종 저공해 차량 혜택을 받는다. 국내 출시 가격은 8820만~1억1620만원으로 독일(1억5230만원), 영국(1억4394만원) 등 글로벌 시장보다 한국 가격이 최대 50%가량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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