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인사로부터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을 지낸 켈리 앤 쇼는 24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트럼프 2.0 시대 개막 100시간과 한국 경제' 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같이 분석했다.
쇼 전 부위원장은 "미국은 현재 통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우선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지만,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외국과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기존 무역협정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쇼 전 부위원장은 "다음달 1일 예고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불법 이민, 마약 유통 등 비경제적 이유로 실시되는 것이라면,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관세 부과는 정부 조사가 완료되는 4월 이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연쇄 파급효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각국의 보복으로 이어지는 관세전쟁으로 번질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면서 "관세 외에도 중국산 제품여부를 구분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정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화될수록 중국의 상품과 자본이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위험이 있다"며 "차이나 웨이브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외국인투자 안보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규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상품인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부품에 대한 한·미 보완관계와 한·중 대체관계를 분석했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대한국 관세보다 15%p 이상 높으면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신 초빙연구위원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사후 관세 예외를 받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패키지딜'을 통해 한미 양국이 경제안보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전략산업군에 대해서는 사전 관세 면제가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한경협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급변하는 정책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트럼프 2기 TF'를 운영하고 있다.
TF를 이끌고 있는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향후 100일이 한국 산업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라며 "경제단체와 싱크탱크 등 미국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한국 경제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우리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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